14. 머이쑤르(Mysore)(1)
오늘은 뱅글로르에서 머이쑤르(Mysore)로 왔다.
9시 30분에 출발하여 13시 10분에 도착하였다.
뱅글로르의 여관에서는 아침 9시 40분이 체크아웃 시간이지만 40분을 앞당겨 나왔다.
최군이 8일까지만 우리와 동행하기로 하여 아주 든든한 안내자가 되어 주었다.
뱅글로르 씨티역 앞에 있는 복잡하고 넓은 버스 정류장에서 Mysore로 가는 버스 승강장을 찾기 쉽지 않을 터인데 최군이 쉽게 찾아서 머이쑤르 행 버스를 탔다.
차비가 생각보다 맣은 130Rs였다. 버스는 안락하고 좋았다.
머이쑤르 행 버스는 광활한 고원.(뱅글로르는 해발 920m이고 머이쑤르는 770m이다.) 평원을 거침없이 달렸다 도로의 노면 상태는 대체로 양호했으며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 공사가 끝나면 뱅글로르와 머이쑤르를 왕래하는 시간이 많이 단축될 것이다.
대평원이 펼쳐지는 인도 남부의 독특한 정취가 신기루를 보는 것처럼 들뜨게 한다. 야자수와 바나나 밭, 모내기 논, 이름 오를 작물과 수목들이 어우러진 평원이 아주 평화롭고 아늑한 정경으로 다가선다.
뱅글로르에서 머이쑤르로 향하여 1시간 30분가량 달려갔을 때 좌우로 기묘하고도 탐스런 동산들이 보였다.
산에는 산림이 울창하지는 않지만 안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어느 작은 도시를 지날 때 그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운집해 있는데, 아주 순박해 보였고 요족하지 못한 삶의 잔영이 비춰지기도 하였다.
소도시를 지나 농촌의 들판에서 모내기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우리나라 50~60년대의 농촌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뱅글로르를 출발하여 두 시간 가량 달려왔을 때(11시 30분 경)였다.
길 전면에 표지 글이 ‘Welcome Mysore City’라고 쓴 큰 아취가 보였다.
벌써 머이쑤르에 도착하였는가? 그런데 조그마한 촌락들만 타나나고 인구 74만을 가진 규모의 도시가 쉬 나타나지 않았다.
큰 아취를 통과하고 1시간 30여분이 지난 다음에야 머이쑤르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뱅글로르에서 머이쑤르에 도착할 때까지 차창 밖으로 나타나는 남쪽나라 특유의 아름다운 풍치가 우리의 시야를 즐겁게 만들어 주어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오토릭샤를 타고 Hotel Maurya로 갔으나 빈 객실이 없어서 호텔을 몇 군데 더 돌아다니다가 Hotel Govardhan에서 여장을 풀었다. 여관은 깨끗한 편이었다.
오늘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와서 대부준의 여관은 방이 다 찼다고 한다.
오늘 오후에는 마하라자 궁전을 관람하고 내일(2월 7일 월요일)은 KSTDC에서 운영하는 벨루르, 헐레비드, 쓰라윈벨라골라 투어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내일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서 KSTDC운송사무소로 가려하는데 아내의 안색이 이상했다.
피곤하여 내일 투어가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아내의 상태를 감안하여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머이쑤르에서는 편안하게 여관에서 쉬기로 하였다.
그런데 최군이 우리에게 와서 마하라자에 가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우리 방으로 찾아왔다.
아내가 최군의 얘기를 듣더니 구경을 가자고 한다.
기운을 못 차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마하라자 궁전으로 갔다.
아내의 발걸음이 무거워보였다.
마하라자 궁전에 일인당 20루피씩 주고 들어갔다.
궁전내부에는 사진기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 5루피씩 주고 정문 안쪽에 있는 카메라 보관소에 맞기고, 궁정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도 신발을 벗어서 5루피씩 주고 맡겼다.
궁전 내부에는 호화찬란함이 극에 달한 것 같았다.
기둥과 천장 벽면을 각종 문양과 금색 은색 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색을 배합한 색상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초입에는 좌측 벽면에 왕실 가족들의 생활 모습을 담은 화려한 그림들로 장식되었다.
왕의 행차, 왕의 가족들의 생활상, 왕실의 나들이 모습들을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하였다.
또 왕궁에서 사용하였던 장식품들로서 보석함, 보료, 옷가지 등이 전시되었는데 정말로 화려하고 눈부시다.
이 궁전의 역사적 유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왕궁의 아름다움과 진열한 장식품들의 화려함에 감탄하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너무 몰려 등을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더 자세히 보고 감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우리는 궁정에서 나와 Devaraja Fruit & Vegetable Matket으로 향하였다.
몸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서도, 아내가 시장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여 간 것이다.
일요일이라서 많은 가게들의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러나 과일 시장은 문을 닫은 곳보다 열려 있는 곳이 많았다.
대충시장의 모습을 둘러보면서 과일 몇 개를 사가지고 다시 Maharaja Palace로 갔다.
일요일인 오늘 저녁에 Maharaja Palace의 마당에서 특별행사가 있다고 하였다.
매주 일요일 밤과 데쌔라 축제(Dussehra Festival) 기간에는 7pm부터 8pm까지 마하라자 궁전과 궁전을 둘러싼 성의 동서남북 성문(城門)에 97,000개의 전구로 불을 밝히는 축제가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최군과 함께 성 남쪽 출입문으로 가서 다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
6시 40분이 되자 남,북,동쪽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관람객들이 일제히 성안으로 들어갔다.
삽시간에 성안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궁전앞쪽으로 바리게이트를 쳐놓은 안쪽에는 궁정 악대와 의장대가 도열해 있었다.
관람객들은 바리게이트 뒤로 물러서서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어둠이 내리면서 궁정 안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정각 7시, 악대와 의장대가 궁전 앞에 도열하여 있다가 경쾌한 음악에 맞춰 행진을 시작하자 갑자기 궁전을 위시하여 동서남북 성문에 일제히 불이 밝혀졌다.
관람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드디어 환상적인 불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정말로 장관이었다.
궁전과 성곽의 건물 윤곽을 따라 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우리는 꿈속 아니 동화의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이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에서는 모든 이들이 환한 웃음을 머금고 모든 근심에서 벗어나 평화와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8시가 가까워지자 많은 인파가 성곽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서 나왔다.
성곽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성곽의 불이 일시에 꺼졌다.
한바탕 꿈속을 거닐다가 깨어난 것 같았다.
'구운몽'에서 성진이 현세의 부귀공명, 즉 세속적 욕망을 꿈을 통해 체험함으로써 크게 깨닫는 경지에 이르는 과정으로 엮어졌는데, 성곽을 빠져나와 불이 갑자기 꺼진 상황이 바로 내가 성진이 되어 굴곡진 현세의 양소유로 환생한 듯한 묘한 착각을 일으켰다.
물론 양소유처럼 깨달은 것은 없고 단지 일시적인 환몽에 빠졌을 뿐이지만..........
과일을 먹은 것이 저녁식사의 욕구를 마비시킨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여관에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것이 섭섭하여 미수가루를 뻑뻑하게 타서 두컵을 벌꺽벌꺽 마시고잠자리에 들었다.
아내는 속이 쓰리고 아프다고 한다.
내일 투어를 취소하기를 잘한 것 같다.
앞으로 일정이 창창한데 아프면 안 되는데....... 걱정이다. 밤새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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