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자이살메르(Jaisalmer)-사막사파리
2005년 3월 15일 (화) 맑음 . <자이살메르>
아침에 체조도 못하고 사막 사파리 준비를 하였다. 막상 사파리를 하려고 하니 낙타를 처음 타야한다는 것과 늙은 몸이라는 것이 두려움으로 받아들여진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다른 일행 3명과 함께 지프를 탔다. 우리 부부는 사막 사파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겁 없이 2일간 사파리를 계약을 하였다. 그런데 호주 멜본에서 왔다는 여학생 2명은 4일간, 영국인 1명은 3일간 한다고 하였다. 서양인이긴 하지만 아들 딸 같은 사람들이 기꺼이 늙은 우리들과 일행이 되어 주어서 고마웠다. 1일간은 같은 코스의 사막에 가서 하룻밤을 함께 자고, 2일째는 그들은 사막 사파리를 계속하고 우리는 돌아오기로 되어 있다..
지프로 40여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어느 사막 속의 촌락이었다. 인도 특히 사막에 있는 가옥들은 움막인지 집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게 모두 석재로 만들어 놓은 아주 튼튼한 집이었다.
나는 나의 눈높이에서 모든 것을 재단하는 버릇 때문에, 외국에 특히 인도에 가서 현상을 보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여러 번 발견하였다. 오늘 바로 사막속의 집들은 움막처럼 느꼈는데 움막이 아니란 것,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판자 집처럼 생각했던 그곳의 가옥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상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것 같았다.
우리가 탄 지프가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그 황무지에 거적처럼 보이던 집에서 웬 일인지 사람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놀랐다. 아낙네들과 어린이들이 떼로 몰려 나왔다. 어떤 여인이 우리를 안으로 들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무슨 의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행이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겉도니까 아이들이 와서 손을 벌리면서 “텐!”, “텐!”, “텐!” 하고 외쳤다. 무슨 말인지 처음은 못 알아들었는데 10루피를 달라는 말 같았다. 안으로 들어갔던 여인이 손에 "로띠“를 가지고 나와서 50루피를 요구하는 것을 아내가 30루피를 주고 샀다.
우리는 그 마을에서 다시 지프로 한 시간 가량 더 가서 낙타로 갈아탔다.
낙타 안내원이 세 명인데 둘은 어른이고 하나는 어린이였다. 여행객인 우리는 낙타를 타고 안내하는 그들은 낙타 고삐를 잡고 걸었다. 어린이가 제일 앞에서 영국인 남자가 탄 낙타를 몰고 가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롭게 보였다. 이 시간에 학교에 가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세상물정 모르고 즐거움을 누리면서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인데 따가운 햇살을 가리기위해 자기 몸체만한 수건을 뒤집어쓰고 열사(熱沙)의 땅을 걸으면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나는 행렬의 맨 뒤에서 낙타를 타고 가면서 그녀석이 낙타의 고삐를 잡고 걸어가는 모습만이 유독 내 마음을 묶었다. 한 낙타몰이꾼이 호주 여학생 둘의 낙타를 이끌었고, 맨 뒤에서 우리 부부의 낙타는 아민이라는 안내원이 담당하였다.
아내가 걱정한 것보다 잘 타고 있다. 우리는 낙타 위에서 작열하는 햇살을 뚫고 2시간가량 선인장이 듬성듬성한 얕은 구릉을 넘었다. 어느 평평한 지점에 도착하여 나무그늘에 가서 쉬고 있는 동안, 모든 짐을 내려놓고 낙타는 나뭇잎은 뜯어먹을 수 있도록 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몰아넣은 다음에 점심식사 준비를 하였다. 낙타몰이꾼들은 주방장까지 겸한다.
12시 경에 낙타 몰이꾼들이 만든 자빠띠로 점심식사를 하고 좀 쉬다가 떠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마련해주고는 좀 더 쉬라면서, 그들도 우리 옆의 나무그늘로 가서 자리를 깔고 아예 낮잠을 잘 차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장소의 이름이 무었이냐고 물었더니 <Sabal>이라고 하였다. Sabal은 砂丘가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작은 분지이다. 그리 넓지는 앉지만 분지 북쪽 끝자락에 인가가 있는데 양과 염소 사육이 주업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사막지대에는 선인장과, 탱자나무와 같이 생겼으나 가시가 탱자나무처럼 억세지 않고 가시가 잎의 역할을 하며 염소와 낙타의 먹이도 되는 wan이라는 잡목과, 아카시아보다는 잎도 작고 짧고 가는 가시를 가진 Bard라고 하는 나무가 사막의 대표적인 나무인 것 갔다.(wan과 bard라는 나무 이름은 낙타몰이꾼들에게서 듣고 써놓은 것이므로 정확한 나무의 명칭의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였음)
영국 청년의 이름은 Matthew, 멜본에서 온 여학생들은 Kate와 Staci라 하였다. Matthew는 영국신사답게 말도 조용히 하고 말하는 태도도 정중하고, 행동도 조심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그는 36세의 미혼이며 빌딩 청소원이라 하였다. Kate와 Staci는 모두 19세이며 대학 1학년 클라스 메이트라고 하였다. Staci는 아주 개방적이며 활달하게 행동하는데 좀 신경이 둔한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낙타를 타고 양팔을 벌리고 춤을 추면서 가는 모습이 마냥 즐거워보였다. Kate는 민첩하고 아주 이지적인 모습인데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았다.
아내는 낙타 몰이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느라고 그들과 웃고 떠들면서 즐거워하였다. 오늘 점심시간은 낮잠도 한숨 자기도 하고 그런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2시 반에 출발할 것이라 하더니 2시30분에야 낙타에 안장을 얹고 물건을 챙겨 싣기 시작하였다. 3시가 되어서야 떠났다.
처음으로 낙타를 타보는 것이기에 겁도 나고 호기심도 있었지만 느낌이 좋았고 괜찮았다. 사막으로 들어선 우리는 선인장만이 듬성듬성한 모래벌판을 뚜벅뚜벅 걷는 탁타 등에 얹혀 신선이 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사막을 누비는 대상의 일원으로 그 대열에 참여한 것 같은 착각도 해 보았다. 하여간 낙타 등이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한번은 타볼만한 하였다. 특히 나이든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아내도 기분이 좋은지 2시간이나 탔는데도 얼굴 표정이 밝았다.
지금까지 우리부부는 서로 의지하면서 50일간의 힘들고 어려운 인도 배낭여행을 무사히 해왔다. 하찮은 문제로, 때로는 조그만 내 자존심 때문에 다투기도 하고 또 아내를 무척 곤혹스럽게 만드는 등 여행을 하면서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참고 따라준 아내가 고마웠다. 이번 낙타 사파리는 아내에게 사전에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라서 군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고, 이것이 아내를 위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이벤트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었던 장소에서 출발하여 1시간 정도를 갔는데 어떤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입구로부터 전방 200여m 앞에서 우리를 내리게 하고 걷게 하였다. 마을에는 대여섯 채의 집들이 있는데, 집의 형태가 원형으로 지붕은 우산을 씌워놓은 것 같았다. 마을에서 앞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상수도가 있었다. 거기서 낙타들에게 물을 마시게 한 다음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지하에서 퍼올린 물에 담아서 차게 해둔 음료수를 판매하기도 하였는데 낙타 몰이꾼들이 그것을 사마시기를 권하여 사이다나 콜라를 20루피씩 주고 하나씩 사마셨다.
다시 낙타를 끌고 우리는 걸어서 200여m를 걸어간 다음에 다시 낙타를 탔다. 마을 앞을 지나갈 때는 낙타에서 내려 걷게 하는 것 같았다.
다시 낙타를 타고 가다가 풀한 포기 안 보이는 사구(砂丘)로 들어섰다. 모래밭을 한 20여분 들어가다가 어느 골 깊은 곳에서 내렸다. 거기에다가 행장을 내리면서 여기가 sleeping장소라고 하였다. 낙타를 풀어서 나무가 있는 곳으로 몰아다 놓고 짜이를 끓여 주었다.
우리는 모래언덕에 올라 쉬고 있으면서 사방 경계를 구경하고 있는데 다른 팀이 10여명이 우리가 오던 모래밭을 따라서 올라오다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 못미처에 있는 언덕 사이의 골에 짐을 풀었다. 우리와는 약 300m 내외로 떨어진 곳이지만, 모래 언덕이 막고 있어서 그들의 떠드는 소리도 잘 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짐을 풀어놓고는 우리가 앉은 가파른 모래 언덕으로 올라왔다. 한 사람이 올라오더니 자기는 이스라엘 사람이라 하였다. 일행이 모두 이스라엘이냐고 하니까 여관에서 만나서 임시로 만든 팀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사람들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그들은 동양인인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영어가 잘 되지 않아서 민망하였다. 그들도 1박 2일로 사파리를 끝내는 것 같았다.
해가 모래언덕 너머로 내려가는 환상적인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데 메모리가 바닥이 나버렸다. 32MB가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선택해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다.
Matthew는 해지는 사막 풍경을 더 많이 보려고 모래 언덕을 따라 가면서 셔터를 눌러댔다. Kate와 Staci는 모래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역시 소녀다운 발랄함을 보였다. 그들은 사진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즐거운 놀이에 몰입하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낙타몰이꾼들이 해놓은 저녁밥을 먹는데 숟가락이 없어서 인도사람들처럼 손으로 먹어야 했다.
해질 무렵에 어떤 사람이 내가 앉아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어깨의 짐을 내려놓더니 술을 사라고 하였다. 아하! 사막에서 밤을 지새우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음료수와 술을 파는 상인들도 있구나! “No drink!"라고 했더니 ”담배“도 있다고 하였다. 모두 안 한다고 했더니 실망스런 표정으로 돌아갔다.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술을 한 병 살걸! 저녁을 먹고 나서 언덕에 올라가는 곳으로 비켜 앉은 나에게 낙타몰이꾼 하나가 다가와서 술을 샀느냐고 묻었다. 안 샀다고 하니까 아주 실망스러운 표정을 하였다. 그녀석도 술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해가 지고 저녁을 먹고 나니 금방 어둠이 내렸다. 지척이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어두웠다. 낙타몰이꾼들이 모래를 파헤쳐서 평평하게 만들고 그 위에 요를 깔아 놓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낮에 태양에 달구어진 모래가 아직 식지 않아서 열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요를 들어내고 바닥의 모래를 더 파냈다. 그랬더니 조금 시원한 기운이 나왔다. 다른 일행들도 나를 따라 모래를 더 파내고 잠자리를 만들었다.
초승달이 떠오르자 달빛이 제법 사방을 밝혀주기 시작하고 주위가 어느 정도 분간되었다.
낙타몰이꾼들이 “Campfire를 원하느냐? 원하면 준비해주겠다.”고 하였다. 내가 Matthew와 호주학생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냥 자겠다고 하여 campfire는 취소하였다.
오늘 저녁 우리들의 잠자리는 내가 우측 가장 가장자리에 아내와 함께 누웠고, 그 바로 옆에 호주여학생들 그 옆에 Matthew, 그 옆에 꼬마녀석, 그리고 한참 떨어져서 두 명의 낙타몰이꾼이 나란히 잠자리를 마련하였다. 모두 고단하였는지 잠자리에 들자 코고는 소리도 났다. Staci는 덩치가 커서 그런지 제일 미리 잠든 것 같았다. 제일 미리 코를 골았다.
사막의 밤하늘은 너무나 아름답다. 별과 초승달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푸른 하늘.....
사막에서 잠을 잔다는 설렘과 두려움과 야릇한 흥분이 일었다. 이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터인데 아내는 불평없이 오히려 어린 사람들처럼 즐기는 것 같아 흐뭇하였다.
우리 일행은 모두 잠들은 것 같았다. 나는 이 밤 인도의 라자스탄 사막 한가운데서 밤하늘을 지붕삼아 밤을 보낸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잠이 쉬 들지 않았다.
우리 팀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언덕너머에서는 campfire를 하느라고 떠들썩하였다. 옆에 누웠던 소년이 일어나더니 내 옆으로 해서 언덕을 올라가는 것 같았다. 내가 어디 가느냐하고 물었더니 언덕너머를 가리켰다. 그 녀석은 언덕 넘어 캠프파이어가 끝날 무렵에야 돌아왔다. 나는 소년이 돌아올 때까지 사막의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사막 사파리 안내도
<사파리 가던 길에 들렸던 마을 >
<낙타를 타고 >
<점심 식사를 위해 쉬던 곳>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낙타에게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하여 쉬던 곳
사막 가운데 마을 - 마을입구에서는 낙타에서 내려서 걸어야 했음
--<염소가 사람을 피하지 않고>
<모래언덕>을 찾아서
사막에서의
일몰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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