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53.자이살메르(Jaisalmer)(2)

어르신네 2016. 2. 21. 16:01

53.자이살메르(Jaisalmer)-낙타사파리(2)


2005년 3월 16일(수) 맑음

새벽 몇 시인지 모르지만 눈을 뜨니 하늘의 별들이 많이 사라졌다. 드문드문 희미한 빛을 보이는 별들이 몇 개만 보인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하늘을 막고 잇던 구름이 빨리 걷히고 새벽하늘의 별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새벽공기가 무척 차다. 요를 펴서 더 덮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고 하늘 가득 별들이 촘촘히 박혔다. 눈을 뜨고 하늘의  별을 보면서 북두칠성을 찾아보았다. 어제 저녁에 보았던 하늘의 별들이 자리를 많이 바꿨다. 북도칠성이 북쪽 하늘 끝에 있었는데 새벽에는 우리가 자고 있는 곳으로 많이 다가온 것 같다. 별들도 남쪽 하늘로만 쏠려 있는 것 같다.

 

모래밭 노천에서 하늘을 천장 삼아 밤을 새웠는데, 걱정했던 것처럼 몸이 무겁지도 않고 가볍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서 여간 다행히 아니었다. 내 옆에서 조금 떨어져 자던 개들도 언제 일어났는지 우리가 누워 있던 옆으로 다가와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낙타 몰이꾼들은 벌써 아침 식사를 해놓고 우리를 불렀다. 토스토와 계란을 아침 식사로 만들어 주었다. 개들도 식사에 한몫하겠다고 옆에서 버티고 앉아있다.

 

오늘 우리는 자이살메르로 돌아가고 다른 일행들은 사파리를 계속한다. Matthew가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여 서로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Kate와 Staci도 사진을 교환하자면서 이메일을 적어주었다. 그들은 사파리를 계속하기 위하여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역시 소년이 앞에서 Matthew의 낙타를 끌었다. 그리고 그 뒤를 몰이꾼 J가 Kate와 Staci의 낙타를 몰고 떠났다. 그리고 우리도 낙타를 타고 우리를 안내하던 낙타몰이꾼 아민과 함께 돌아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어저께 사막으로 오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이었다.

 

8시도 안 되었는데 강렬한 햇볕이 사정없이 대지에 내리꽂혔다. 태양열로 한껏 달구어진 허허벌판과 사구(砂丘)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돌아오는 길, 위에서 퍼부어대는 따가운 햇볕을 받고, 아래에서는 모래가 뿜어내는 열기로 인하여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인적이 끊긴 황량한 사막길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아도 보이는 것은 사구와 선인장과 드문드문 보이는 반가운 염소 떼...... 그리고 어떤 곳에서 고라니 같이 생긴 야생동물의 무리가 빨리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10시경 어느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다. 우리에게 내려서 걸어가라고 하였다. 어저께도 사막 가운데 마을이 나타나니까 그 입구에서부터 내려서 걸어 가다가 마을을 지난 뒤에야 다시 낙타를 탔다. 아마 이방인이 마을 한가운데로 낙타를 타고 가는 것을 금기시 하는 모양이었다.

마을로 들어서니 집 안에서 사람들이 나오면서 자기 집으로 들어가서 쉬고 가라는 시늉으로 손짓을 하였다. 낙타사파리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음료수와 같은 물품을 팔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한 여인이 우리에게  “콜라!”, “콜라!”라고 하면서 자기 집으로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그의 집에 들어가서 좀 쉬기로 하였다. 거기서 사이다 세병을 샀다. 한 병은 아민에게 주었더니 사양을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하였더니 그 옆에 와서 우리를 구경하는 아이들에게 주면서 나누어 마시게 하였다. 주인 여인이 내어주는 간이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오니 마을 아이들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텐!”, “텐!”하고 외쳤다.

우리에게는 척박하게만 보이는 오지의 마을 사람들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살면서 그들 나름대로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이 베푸는 것으로 순수하게 살아왔을 텐데, 물질문명에 찌든 사람들이 사파리를 하면서 옳지 못한 생각을 하도록 오염을 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삭막한 사막지대이기는 하지만 자연을 배우면서 티없이 맑게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잘못된 것을 받아들인 것 같아 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꾸밈없는 생각과 티없이 맑은 눈동자에는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순수함이 숨어있었다. 

 

마을을 막 벗어나서 낙타를 세우더니 아민은 우리에게 좌측 언덕을 가리키면서 이것이 우리가 볼 마지막 사구라면서 올라가서 구경하고 내려오라 하였다.  아내는 힘들다면서 조금 올라오다가 도로 내려갔다. 나는 모래 언덕과 모래톱을 밟으면서 몇 구비를 돌아 다녔다. 우리가 지나온 대부분의 지역이 모두 사막 지대이긴 하지만 모두 모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건조한 매마른 땅에 wan이라는 나무와 bard라는 나무 그리고 선인장 사이를 지나가고 지나왔다. 순수한 모래밭으로만 이루어진 곳은 우리가 어제 저녁에 잠을 잤던 곳과 오늘 돌아오는 중간지점에서 들렸던 砂丘였다. 그러나 모든 여정이 사막길지만, 순수한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사막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었다. 하지만 지내놓고 보니 듬성듬성 난 선인장 사이를 낙타를 타고 누비는 韻致(?)있는, 멋진 행로였음이 틀림없다.

 

모래 언덕에는 바람이 계속 모래를 실어 나른다. 언덕의 모래톱 위로 미세한 모래를 끊임없이 실어 나르는 바람은 모래톱을 넘어 회오리치며 언덕을 내닫는다. 언덕 아래의 줄무늬는 바람에 일렁이는 깃발 같다. 둥글둥글한 모래 언덕이 겹겹이 사이좋게 이마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고운 모래로 말끔히 분장한 모래 언덕은 형제들이 사이좋게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는 형상이다.

나는 마지막 모래언덕에 올라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곱고 미세한 모래가 수많은 시간을 바람에 의탁하여 여행을 하면서 모래 언덕에 올라앉아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내 짧은 안목이 그들의 그 긴 이야기를 헤아릴 길이 없었다. 그냥 작은 모래알갱이들이 바람에 날려 가는 신비스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미세한 모래 알갱이가 신비의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따가운 햇살과 한정된 시간에 쫓겨 내려 와야 했다.


아내는 이 더운 날씨에 사람을 뙤약볕에 세워놓고 자기만 기분 내고 돌아다닌다면서 투덜댄다.

어저께 저녁때부터 우리를 따라다니던 개 한 쌍이 오늘 우리가 돌아오는 길에 동행을 하고 있었다. 태양에 달구어진 모래 길 위에서 혀를 한 뼘 이상 내어 물고 헐떡거리면서 계속 따라오는 것이었다. 아민(낙타몰이꾼)과 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으로 보아 친숙한 사이인 것 같았다.

우리는 다시 낙타를 타고 1시간 정도를 갔다. 인적이 끊긴 사막 한 복판에 내팽개쳐진 느낌이 들고 갑자기 두려운 생각까지 일었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개 한 쌍이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몇 시간을 같이 지낸 개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니.....


11시 30분이 지나서 어느 나무 그늘로 가서 낙타에서 내려  짐을 풀어놓고 점심 식사를 준비하였다. 아민이 점심식사 준비를 하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니 그늘에서 그냥 쉬라고 한다. 그가 만든 짜파티를 달에 묻혀 먹는 맛이 아주 좋았다. 아내는 짜빠띠 재료를 조금 달라고 하여 수제비를 만들었는데 맛이 나지 않았다.

3시에 우리는 다시 낙타 등에 올랐다. 한 30분가량 갔을 때 아내가 낙타를 타고 가는 게 힘들다면서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길바닥은 그야말로 불에 달궈놓은 것 같다. 지열이 활활 솟아오르는데 그래도 낙타 등에 올라앉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한 30분만 더 참고 가자고 하였다. 그게 탈이 나서 나중에 고생(허벅지 살이 벗겨졌음)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낙타 몰이꾼 아민도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치고 가는데 어떻게 걸어가겠다는 것인가?


4시경에 사막 낙타사파리가 끝나는 지점에 마을이 있는데 그 앞에서 내렸다.

우리를 태울 지프가 올 때까지 나무그늘에 앉아서 쉬었다. 2~3분도 되지 않아서 지프가 와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지프에는 우리보다 앞서 3일간 낙타사파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서양인 2명이 타고 있었다.


여관으로 돌아오기 전, 아민은 나에게 낙타가 수고했으니 낙타의 먹이에 도움을 줄 수 없느냐고 하였다. 그렇잖아도 한 50루피를 수고비로 더 줄 생각이었는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50루피를 주었다. 그는 무척 고마워하였다. 그런데 아내가 ‘내가 면도를 해 주었는데 그 수고에 대한 팁을 없느냐?’고 하니까 50루피를 도루 돌려주려하지 않겠는가? 아내가 농담이라면서 받지 않았다. 그의 선한 눈에 웃음을 보인다. 사막에서 돌아오다가 점심을 먹고 그늘에서 쉬었을 때 아민이 면도칼로 수염을 깎고 있었는데 턱밑의 살에 상처를 낸 것을 보고는, 아내가 아민에게 면도칼을 달라고 하여 그의 그 텁수룩한 수염을 상처를 내지 않고 깨끗이 면도를 해 주었던 것이다.

우리의 낙타사파리를 위해서 끝까지 정성을 다하여 도와주었던 아민은 자기의 직분을 분명히 지킬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여행 안내서에서 보았던 부도덕한 그런 부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무인지경인 사막을 말없이 뚜벅뚜벅 걷던 그의 모습은 사막의 달인(達人)과 같았다. 그의 삶이 조상대대로 사막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관에 돌아오니 방이 바뀌었다. 아내는 사막에서 더렵혀진 옷가지를 빨래하겠다고 하여 좀 거들어주었다. 사워를 하고 저녁에는 탈리를 시켜서 먹었다.

자이살메르는 역시 사막지대의 도시라서 그런지 낮에 햇빛에 달궈진 땅에서 뿜어 올리는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여관 복도를 타고 들어오는 열기를 가진 바람이 몸속을 파고든다. 저녁에 방에 앉아 있는데도 더운 기운이 넘친다. 옥상에 올라갔는데도 사방에서 지열이 옥상으로 기어 올라온다.

맥주 하나를 시켜서 마셨다. 아내가 그 돈으로 방을 좀 좋은 것을 얻지 않고 술만 마신다고 핀찬이다.

오늘은 아내에게 좋은 소리는 한 마디도 못 듣고 계속 터지기만 하였다. 

맥주 한 병을 마시고 나니 기분이 괜찮았다. 잘 마신 것 같다.


사막에서의 아침 식사

우리부부는 사파리를 마치고 돌아가고 마티유는 내일 돌아오고 케이트와 스타시는 모래 돌아오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헤어져야 했다.



사막에는 낙타에게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해서 이런 낙타를 위한 식수대를 곳곳에 설치해 놓았다.


돌아오는 길목의 어느 사막 마을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사구(砂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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