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베야짓-이삭파샤궁전>
2005년 10월 12일 (수) 맑음. 그러나 하늘에는 엷은 구름이 끼었음
바람이 아침부터 일어난다. 아침 날씨가 무착 쌀쌀하다. 내가 들어 있는 방이 삼층인데Ararat Mt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이다. Ararat의 설봉(雪峰)이 아침 인사를 한다. 도우베야짓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이 상쾌하다. 간밤에 좀 춥기는 했지만 가지고 다니는 등산용 이불이 효자 노릇하였다. 아침 식사는 미리 준비한 빵과 음료수로 해결했다.
오늘은 이삭 파샤 사라이 궁전(Ishak Pasa Sarayi)을 관람하였다.
이삭 파샤 궁전에 가는 길은 대중교통이 없어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야 하는 곳이다. 시내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하여 걷기로 하였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비포장도로다. 좌우에 군부대가 넓은 지역을 차지하였다. 부대 사이로 난 길을 타박타박 걷다가 보니 좀 따분한 생각도 들었지만 부지런히 걸었다. 그러나 가까워져야할 이삭파샤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시내를 벗어나자 전면에 나타난 산의 모습에 마음이 이끌었다. 좌측 맨 끝에 있는 산은 하나의 큰 바위덩어리처럼 동떨어져 있고, 그 바위덩어리 산 우측의 높은 산은 바위들이 곧게 솟아오르기도 하고 내리고 하여 그 신기함이 더하다. 그리고 그 아래로 청록색을 띤 흙과 돌들이 흘려 내린 것도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 산 아래에 꽤 넓은 자리를 차지한 정원도 돋보였다. 사방을 돌담으로 치고 그 안에 각종 나무를 심어 잘 가꿔 놓았다. 이 산 전체가 민둥산인데, 그 민둥산 자락에 나무를 심고 저렇게 잘 가꾸느라고 얼마나 많은 공역이 들었을까.....
길에 자잘한 돌들을 깔아 놓아 걷기가 불편한데다 북서풍이 먼지를 몰고 와서 더더욱 힘들었다. 또 평지가 끝난 곳에서 산으로 난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오르고 올라도 이삭 파샤 궁전 건물이 제자리에서 꼼짝 않고 같은 거리만 유지해 주는 것 같았다.
어느 산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일본제 닛산 차가 내 옆으로 와서 서더니 타라고 하였다. 구세군을 만난 기분이었다. 한편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될 텐데, 굳이 이 차를 타야 하는가, 기금까지 걸어왔던 공역이 일순간에 무너졌다는 오기 아닌 오기가 잠시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천만다행이었다. 차는 산모퉁이를 몇 굽이나 더 돌아서 올라갔다. 평지에서 지금까지 내가 올라왔던 거리의 두 배가 넘는 거리 같았다. 그런데 차를 태워준 정말로 친절한 사람을 만나 고생을 덜었다. 도우베야짓에서 또 두 번째로 도움을 받았다. 그는 나를 이삭파샤궁전까지 데려다 주고 되돌아서 다른 길로 차를 몰아갔다.
이삭파샤궁전! 산위에 솟아있는 꿈의 궁전과 같은 느낌을 주던 이삭파샤궁전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멀러서 바라볼 때는 신비감을 느끼게 하던 이삭파샤궁전에 막상 와서 보니 폐허였다. 지금은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궁전 내부는 볼거리가 별로 없어서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까웠다.’라고 한 사람들의 글이 머리에 스쳐서 들어갈까 말까하고 망설이다가 입장료 5TL를 주고 들어갔다.
궁전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참으로 대단한 역사(役事)였다. 이렇게 높은 산 중턱에 대포도 뚫지 못할 벽의 어마어마한 두께에 우선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대연회실, 감옥, 식량 및 물자저장소, 도서관, 모스크 등 오밀조밀하게 많은 부분들을 갖추어 활용한 것이다.
99년이란 긴 세월을 거쳐 완성한 궁전이라니 원래 완전한 모습의 전체 규모가 얼마나 컸을까. 궁전에서 좀 멀리 떨어진 동쪽 산허리의 석벽을 이용하여 만든 건축물 및 석굴들도 이 궁전의 한 부분으로 사용되었을 터이니...........
?이삭 파샤궁전은 오토만 제국의 영주였던 이삭파샤에 의해 1685년에 착공하여1784년에 완공된 것으로 오토만 제국 최후의 거대한 건축물이다. 이 궁전은 7,600 평방미터의 넓이에 약 360개의 방과 라운지가 있었으며, 궁전 중심부의 모든 건축물은 두개의 U자 형태로 겹쳐진 안뜰에 위치해 있다.
모든 건축물은 뛰어난 조각술과 벽 장식물 등 당시의 완벽한 석공술과 오토만, 셀주크, 페르시아 문명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어 예술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삭파샤 궁전을 나와서 산비탈에 들어가 보았다. 엉겅퀴처럼 생긴 풀들이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서있는 그 위세가 등등하다. 그 사이를 조심스레 걷노라니 지린내가 진동을 하였다. 가만히 땅을 살펴보니 염소나 양들의 배설물이 숱하게 널려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지나다닌 발자국도 무수하게 보였다. 이 척박한 산에서 가시투성이고 변변찮은 풀을 먹이로 살아가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되었다.
바람이 불어 산자락에서 날아드는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한참을 내려가는데 군인들이 길을 막았다. 지금 저 아래에서 길 확장을 위한 발파작업이 있으니 내려가지 말라고 하였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까 과연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구름처럼 일어나는 먼지가 앞을 가리더니 우리 앞에 멀지 않은 곳에까지 크고 작은 돌들이 날아와 떨어졌다. 곧바로 발파로 인하여 길로 날아든 돌과 흙을 치우기 시작하였다. 지나가는 차들이 발파작업 때문에 길이 막혀 길에 늘어서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도저가 길에 날아든 돌과 흙을 치우고 길이 트였다. 도우베야짓으로 내려가는 한 자가용차에 다가가서 태워달라고 하였더니 쾌히 응낙하여 쉽게 시내로 올 수 있었다.
오후에는 프런트에서 준 한국인 정보노트도 읽고 다음 계획을 점검하면서 쉬었다. 그런데 정보노트에 이란(Iran)에 관한 정보가 많았다. 어떤 분은 자기가 다녀온 경로를 아주 자세히 기록해 놓아 그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이란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은근히 이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계획에 없던 것이라서 망설여졌다. 이란엘 가려면 에르주룸으로 다시 가서 이란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금요일과 일요일은 휴무일이라고 한다. 내일 도우베야짓에서 쉬고 금요일 에르주룸으로 가서 토요일 비자신청을 하여 비자가 바로 나오면 토요일 저녁차로 오고, 토요일에 나오지 않으면 월요일까지 에르주룸에 묵어야 한다. 좀 망설여졌다. 그러나 이란으로 당기는 마음이 좀 센 것 같다. ‘그래 금요일 에르주룸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다.’
2005년10월 13일 (목) 맑음. 하늘에 높은 구름이..
터키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도우베야짓은 지금까지 다녀온 곳보다는 좀 낙후된 것 같다. 어저께 저녁 오토갈에서 만났던 투르크족이라던 사람의 말이 도우야베짓의 낙후성과도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그러나 도시 개발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도우베야짓은 작은 도시인데도 거리에 경찰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큰 군부대가 주둔하여 군인들도 많다.
오늘은 이란에 갈 것을 계획하느라고 하루 종일 여관방에 들어박혀 있었다. 내일은 에르주룸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란 영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받아야 한다. 이란 대사관에서는 금요일은 휴무이고 토요일은 일을 한다고 하는데, 이란 비자가 토요일에 나올 것인지 월요일에 나올 것인지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Sarahan 여관의 정보노트에 의하면 토요일은 피하라고 했다. 그렇다고 월요일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토요일이지만 비자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이란으로 가는 것이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디나 다 같은 외국인데 이란이라고 뭐 특별하겠는가.... 정보노트에 의하면 적극 권장하는 글들이 있어서 마음이 동하고 또 가보고 싶었던 곳이니까 계획대로 실행하기로 하자.
이 여관에는 이용객들이 적다. 그런데도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궁금하다.
오늘 아침에 프랑스 여인이 옆방에 들었다. 그녀는 이란을 여행하다가 왔는데, 이란에서 여자는 배낭여행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으나 남자들이 여행하기는 괜찮은 곳이라면서 적극 추천하였다. 그녀는 이란에 가고 싶은 나의 마음에 쐐기를 확실하게 박았다.
여관방에서 바라본 아르아트 산(ARaraT Mt)
이삭파샤궁전으로 올라 가는 길입니다.
다음 사진들은 이삭파샤궁전과 그 내부입니다.
산 허리에 있는 이삭파샤 궁전 부속 건물로 보이는 유적들
발파작업으로 하산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
이사궁전에서 바라본 도우야베짓 시내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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