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2005년 16일 (일) 터키 도우베야짓(오전)-맑음. 이란 국경(오전)-맑음.
(오후)마꾸에서 타브리지를 가는 동안-비가 내렸음
오늘은 터키에서 이란 국경을 넘었다. 생각보다 쉽게 넘어왔다.
도우베야짓에서 돌무쉬를 타고 국경까지 와서, 출국신고를 하고, 걸어서 국경을 넘어 이란 국경 사무소에 들어가 입국신고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선 줄의 맨 뒤에 가서 섰었다.
그런데 내 뒤에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 내 뒤로 와서 줄을 서지 않고 모두 중간으로 파고들거나 창구 앞쪽으로 몰려가는 게 아닌가! 나는 앞으로 가서 새치기할 수도 없고 줄은 줄어들지 않고 줄의 꽁무니에서 마냥 서 있자니 여간 애가 타지 않았다.
그런데 출입국관리직원 한 사람이 내게로 오더니 자기를 따라오라 하였다. 나를 다른 창구 앞에 세우고는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서 내 여권을 달라고 하여 입국 스탬프를 찍고 돌려주면서 입국장을 빠져나가라고 손짓하였다.
입국장을 빠져 나오니 어떤 사람이 내게로 다가와서 국경도시인 바자르강까지 돌무쉬를 타고 가면, 바자르강에서 마쿠까지 택시로 10TL에 태워주겠다고 하였다. 정보자료에 의하면 3TL이면 된다고 했는데 3배나 더 비쌌다. 혹시 동행할 배낭여행객이 없나하고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돌무쉬를 타고 바자르강까지 가서 마쿠행 버스를 탈까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어설픈 생각이 들었다. 좀 깎아보려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돌무쉬로 바자르강에 가서, 10TL에 그의 택시를 타고 마꾸까지 갔다. 실은 10TL은 만원도 안 되는 돈인데 하는 생각에 들었고, 속으면 얼마나 속겠는가.....
그런데 바자르강에서 마구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사실 그만한 거리를 10TL이면 굉장히 싼 가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란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지만 터키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싼 가격이란 생각이 들어 군소리하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바자르강에서 마쿠까지 가는 동안 택시를 세우고는 저 산의 경치가 아주 아름다우니 내려서 사진을 찍으라느니, 또 어떤 곳에서는 내려서 잠시 구경을 하고 가라느니 하면서 친절을 베풀었다.
마쿠 터미널에 오니 11시가 조금 지났다.
타브리즈(Tabriz)행 버스는 오후 1시 30분에 있다 하였다. 갈 곳도 없고 버스 정거장에서 지루한 2시간 30분을 기다려야했다. 그런데 Gaffrai라는 사람이 나에게 호기심을 보이면서 접근해 왔다. 이 영감이 자꾸 홍차를 한 잔 하자고 하였다. 원래 차나 주스를 대접하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이지만 이 영감은 음식점에 들어가서 마시자고 하였다. 한 편으로는 신세진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라 주저하다가 따라 들어가서 홍차를 한 잔 얻어 마셨다. 그리고 Tabriz의 어디에 갈 것이냐고 묻기에 지도를 펴 보여주었더니 자기가 잘 아는 곳이라면서 안내해 주겠다고 하였다.
드디어 1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하였다. 지정 좌석이 있는데 차장 녀석이 다른 좌석에 앉으라고 하였다. 좀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앉았던 좌석과 내 옆에 비어있던 곳에 여인 두 명을 앉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해 주었다.
마쿠에 타브리즈까지 오면서 좌우에 나타난 산과 들판은 대부분 민둥산이었고 사막과 같은 곳이었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비가 내리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하여 이란에 도착한 첫날 날씨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차는 산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거듭하여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기 직전 오후 6시가 조금 지나서 타브리즈에 도착하였다.
타브리즈 터미널을 들어가기 전 시내 중심지와 가까운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하였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니 택시 기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가프라이 영감이 내 손을 잡고 놓지 않으면서 택시 기사들의 접근을 막고 버스 승강장으로 갔다. 그리고는 Darya Guest house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시외버스 정거장에서 길을 건너는데 질서가 없어 모든 차들과 보행자들이 교통 신호와 상관없이 눈치껏 자기 방향을 향하여 가기 때문에 무척 위험하였다.
시내버스를 타니 차안의 시선들이 모두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는 그들에게 웃음으로 혹은 손을 흔들어 인사해주었다.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지 우선 나는 좋은 마음으로 인사를 하였다.
가프라이 영감이 다랴 여관까지 직접 안내해 주고는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하면서 자기 보따리에서 사과 다섯 개를 꺼내어 주고는 돌아갔다. 이렇게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친절하고 인정미를 느끼게 했다. 나는 이렇게 외국에 와서 친절을 진정으로 맛보고 있다.
아라라트 산을 배경으로 ---도우베야짓을 떠나면서
아라라트 산의 위용(5137m)--터키 국경부근에서
마꾸의 버스 터미널
귀여운 이란의 소녀 타브리즈행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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