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맸다<13>--이란 비자를 받다--

어르신네 2006. 6. 4. 18:08

 

 

  <이란 비자를 받다>
  2005년 10월 14일(금) 높은 구름(도우베야짓) 두꺼운 구름(에르주룸)

 

 오늘은 도우베야짓에서 에르주룸으로 왔다. 한번 지나갔던 길이라서 낯이 익었다. 그런데 마음이 이란으로 향하다가 자꾸 멈칫거린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서 내일 에르주룸에 있는 이란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신청하여 보고 비자가 쉽게 나오면 이란으로 가고, 비자 받는 것이 까다롭고  번거로우면 이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반(Van)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정신을 놓고 다녀서 손해를 많이 봤다.

 버스를 타고 에르주룸 오토갈에서 내리려고 하였더니 버스기사가 오토갈까지 들어가지 않고 에르주름 시내로 들어가는 외곽에 버스를 세워놓고 내리라고 하였다. 오토갈에 들어가지 않고 트라브존으로 바로 간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내리라 하는 바람에 버스 선반에 올려놓았던 약통과 빵 등이 든 비닐봉지를 그냥 놓고 내린 것이다. 미국에 있는 딸아이가 보내준 비타민제인데 그걸 배낭에 넣어가지고 다니다가 오늘은 왜 꺼내어 비닐봉지에 담아두었는지 모르겠다. 그것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배낭을 메고 전에 묵었던 여관을 찾아 가는데 하교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동양인인 내가 신기하게 보이는지 내 주위를 에워싸고 가는 길을 막아섰다. 이렇게 떼거리로 몰려드는 아이들은 빨리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들에게 좋은 낯으로 손을 흔들어주고 악수 청하는 아이에게는 악수도 하면서 그들의 포위망으로부터 벗어났다. 가능한 중학생이하의 아이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예측불허의 돌출 행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우베야짓에서 버스를 타고 올 때도 어떤 소년이 잠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내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았는데, 처음에는 민망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했으나 그들의 그런 행동을 무시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었다.


 에르주룸의 Silam여관을 다시 찾아갔더니 주인남자가 반가이 맞아주었다.

 지난번에 들었던 방을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물이 잘나와서 목욕을 시원하게 하였다.


 

 



  2005년10월15일(토) 맑음


 이란 영사관이 시내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서 지도를 보면서 아침 일찍 여관을 나섰다. 영사관과 가까운 지점에서 한 젊은이에게 그 위치를 확인하기 위하여 물어 보았다. 그 젊은이는 조금 주저하더니, 내 손을 이끌면서 가던 길을 뒤로 하고 자기가 내려오던 길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내 혼자서 찾아가겠다고 해도 괜찮다면서 앞장서서 걸었다. 300m 정도 올라가서 왼쪽 아파트 건물의 한 부분을 가리키면서 그곳이 이란 영사관이라 하였다. 외관상 가정집 같았다. 그는 나를 영사관 앞까지 안내하고는 자기 갈 길을 갔다. 너무나 고마운 청년이다.


 너무 일찍이 영사관에 갔기 때문에 문을 열지 않았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다. 영사관 앞 초소의 경찰관이 영사관의 문을 열 때까지 초소 안에서 기다리게 해 주었다. 

 

 가능한 토요일 비자 신청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보고 온 터라 마음이 켕겼다. 그런데 어제 저녁 꿈에 소떼를 보았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오늘 일이 잘 풀리려고 그런 꿈을 꾼 것은 아닌가 하고 은근히 마음속으로 기대도 되었었다.


 비자 신청을 할 때 프랑스 사람 부부가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비자 신청용지를 받아 기록할 내용을 프랑스 인의 것을 보고 하나하나 물어서 겨우 내용을 채워 제출하였다. 비자 발급신청을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1시간도 경과하지 않아 비자가 발급되었다. 소꿈을 꾼 덕분인가??

 

 비자를 받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프랑스 부부는 연신 ‘굿(Good)’을 외쳤다. 그들은 며칠 간 대기할 것을 각오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신청을 해놓고 다른 도시를 다녀와서 찾아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쉽게 나온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같이 비자를 받아 기쁘다면서 이란을 여행하다가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면서 작별했다.


 여관에서 짐을 챙겨서 나왔다.

 비자 발급 받는 일이 쉽게 해결되어 정말 다행이다. 도우베야짓으로 가는 버스는 15:00 버스밖에 없었다. 짐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해서 3시간을 터미널에서 죽치고 앉아 기다렸다.

 

 터미널 의자에 앉아 있으니 오가는 사람들마다 내게 다가와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From where?)'면서 악수를 하고는 자기 이름은 ’무스타파, 이브라힘......‘ 등등....이라면서 지나가곤 하였다. 터키인들은 이민족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천성이 누구에게나 친절해서 그런 것인지.......

 

 버스를 타고 오다가 아으리(Agri)에서 돌무쉬로 환승을 하였다.

 

 돌무쉬를 타려고 딴 곳을 쳐다보면서 길을 건너오다가 큰 화물에 깔려 쥐포가 될 뻔하였다. 화물차 운전수도 놀랐지만 나는 너무 놀라 기절 직전이었다. 사람들이 급히 내게로 와서 괜찮으냐고 하면서 내 배낭을 받아 들고 돌무쉬에 올려주었다. 트럭 운전사가 차를 세우고 나를 한참 노려보더니 내가 돌무쉬 타는 것을 보고는 웃는 낯으로 운전석으로 올라가면서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자칫했더라면 큰 일 났을 뻔!!!!!  정말로 조심해야!!!!!!

 

 저녁 7시에 도우베야짓에 도착하였다.

 Saruhan을 다시 찾아갔다. 지난번 내가 썼던 방에는 다른 한국인이 들었다고 하여 2층 도미토리로 들었다. 그 한국인은 나와 같은 인천에 사는 분인데 오늘 이삭파샤궁전을 관람하고 내려오다가 양몰이 개에게 물려서 고생하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 안 됐다. 군인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하긴 하였는데 빨리 완쾌하여 무사히 여행을 마치기를 기원했다.

 내일은 처음 계획에 없었던 이란 여행이 시작된다. 일찍 자야겠다.  

 

 

도우베야짓에서 에르주룸으로 가는 버스 내부 


 

다시 --- 에르주룸 

다시 --- 에르주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