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에서 Diyarbakir로 가는 길>
2005년 11월 6일 (일) 맑음
오늘은 반에서 디야르바크르로 왔다.
버스 오피스(Van ercis Sema)에서 세르비스를 타고 오토가르(Otogar--터기에서는 버스 터미널을 오토가르라고 한다.)에 가서 9시에 출발하는 디야르바크르 행 버스를 탔다. 버스가 제시간에 출발하지 않고 30분 정도 지체되었다. 그런데 버스가 오토가르에서 출발하여 서쪽 방향으로 가지 않고 도우베야짓으로 가는 동북쪽 길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반 시내에서 반 호수를 왼쪽으로 끼고 호수를 한바귀 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반 호수를 구경하면서 간다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것은 반에서 디야르바크르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호수를 끼고 돌아가느라고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터키의 동부지역은 4시가 되면 해가 진다. 버스가 4시까지만 도착해 주어도 좋겠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해가 넘어가고도 1시간 이상을 달려서 디야르바크르에 도착하였다.
아침에 여관 칸트(Kant)에서 바삐 나오느라고 버스회사에서 세르비스를 타고 오토갈르에 도착했을 때까지 깨닫지 못했는데, 버스를 타고 오토가르를 빠져나와 좌우를 살펴보니 땅이 많이 젖어있고 또 어떤 곳에는 물이 꾀 많이 괴여 있는 것이었다. 산은 어저께보다 흰눈을 더 많이 뒤집어썼다.
정거장이 아닌 길가에서 사람이 손을 들면 모두 태워 주었다. 버스가 반호수를 끼고 올라가다가 호수의 동북방 끝 지점에서 도우베야짓으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곳에서부터 서쪽 방향의 도로로 접어들었다. 길 우측에는 높은 산이고 왼쪽은 반 호수다. 버스에서 보는 경관이 좋았다. 반 호수를 돌아가는 차를 타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디야르바크르에 늦게 도착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오른 쪽 산 밑으로 있는 자연부락들은 마을 앞쪽으로 많은 경작지를 품었고, 멀리 호수를 바라보면서 한가롭고 평화롭게 자리잡고 있었다.
버스가 10시 30분에 Ercis(에르지쉬)라는 곳에 도착하였다. 지도를 보니 Ercis에서 Diyarbakir까지의 거리는 반에서 가는 것보다 훨씬 먼 거리였다. 오늘 오후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은 접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방경치나 구경하면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Ercis에서 버스 조수가 나를 내리라고 하였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차에서 내리니까 다른 한 사람이 내 배낭을 짐칸에서 내려가지고 들고 있었다. 내 배낭을 들고 있던 사람이 나에게 따라오라고 하였다. 그를 따라 가서 다른 버스에 올랐다.
갈아탄 버스가 에르지쉬에서 꾀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 그런데 차가 움직이다가 다시 서더니 어떤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를 환송 나온 사람들과 포옹하면서 얼굴을 좌우로 한번씩 맞대면서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다. 한 사람도 아니고 7,8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일일이 그런 인사를 다 나누고 나서 버스 오르니까 차가 다시 움직였다.
나는 그가 운전기사와 친분이 있거나 특별한 지위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하였는데,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른 그는 내 바로 뒷자리로 와서 앉는 모습을 보니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 뒤에 앉은 이 사람이 내 신상에 대하여 관심이 높았다. 서툰 영어로 겨우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그는 나에게 먹을 것을 계속 주면서 나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참 인정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산르우르파까지 간다고 했다.
반(Van) 호(湖) 부근은 특별경계지역인지 유난히 검문검색이 많았다. 요소요소에 위치한 군인 초소에서 검문검색을 엄중하게 하였다. 개개인의 신분증을 모두 확인하였다. 전장(戰場)도 아니고 변두리(국경) 지역이라서? 아니면 불순분자 색출을 위해서?
아흐라트(Ahlat) 조금 못 미쳐서 우측에 높은 산이 봉우리를 구름 속에 숨긴 채, 산 허리부분에 흰 눈을 감고 아래로 내닫는 그 형세로 보아 산세(山勢)가 대단하였다. 그 산의 이름은 쉬프한(?)이라고 하는데, 터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높이가 4,434m라 한다.
11시 20분 경 큰 길에서 골짜기 길로 접어들어 아질체바즈(Adilcevaz)란 곳에 도착하였다. 미루나무가 시가지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처음에는 조그마한 촌락인 줄 알았는데 아담한 소읍이었다. 버스에서 지나가면서 잠깐 훔쳐보았지만 아담하여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아주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된 소읍으로 보였다.
12시 20분에 아흐라트(Ahlat)에 시가지를 지났다.
아흐라트는 넴룻 호(湖)를 관광하는 전초지로서 관심의 대상지였는데 눈이 많이 쌓여서 포기하였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다.
타드반(Tatvan)을 거쳐 1시 30분경에 비틀리스(Bitlis)에 들어섰다. 비틀리스는 험한 산골짜기 속에 형성된 소도시이다. 비틀스를 지나면서부터는 좌우로 험준한 산들이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았고 골짜기는 깊었다.
버스는 골짜기에서 급하게 경사진 길을 따라 꼬불꼬불 돌아 내려가기도 하고, 절벽에 붙어있는 아슬아슬한 길을 기어 내려가기도 하면서 1시간 이상을 골짜기를 빠져나오니까 전방이 조금 트이기 시작하였다. 급한 비탈길을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가는 버스 속에서 마음을 졸이다가 버스가 골짜기를 어느 정도 빠져나오니 긴장이 풀렸다.
계곡이 깊고 산의 형상도 기묘하여 산골짜기를 내려오는 동안 볼거리가 많았다. 좌우의 높은 산봉우리와 능선에서 골짜기를 향하여 급강하한 지형이라 산을 올려다보는 마음이 아슬아슬하였다. 골짜기를 내려오면서 산기슭에 붙어있는 기기묘묘한 석상(石像)들이 순간순간 나타나곤 사라지고 하여 오래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에르주룸과 도우베야짓은 물론 이란을 돌면서 보아온 모든 산과, 다시 터키로 돌아와서 반(Van)을 거쳐 비틀리스(Bitlis)에 이르기까지 산에서 나무를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비틀즈를 지나면서부터 좌우 산기슭에 나무가 붙어 있어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니 생명력이 느껴졌다. 바위산 아니면 민둥산 잡초들이 억지로 듬성듬성 붙어있는 생명력이 꺼진 산들만 보다가 부실하나며 산에서 나무를 보니까 생명력이 있는 산처럼 보였다. 산에는 나무가 있어야 살아있는 산이란 느낌이 든다.
오후 2시 30분 경에 산들의 높이가 낮아지고 멀리 물러서면서부터 전방 좌우가 훤하게 트였다. 그러나 비틀리스에서부터 급강하하듯이 계곡을 내려왔는데 아직도 내리막길이 계속되었다. 버스는 쉬이르트(Siirt)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30분 정도를 쉬었다.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모두 식당으로 가서 점심인지 저녁인지 식사를 하였다.
Siirt를 들어섰을 때부터는 평지가 시작되는가 했더니 쉬이르트를 출발해서도 내리막길이 급하지는 않았지만 계속되었다. 간간이 나타난 나지막한 산들에는 나무가 없었다.
16시가 되었을 무렵 Diyarbakir까지 108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지금까지 계속되던 내리막길은 끝나고 그야말로 평원으로 접어들었다. 우측에 저수지 밑을 지나서 하얀 반석을 깔아놓은 듯한 기묘한 나지막한 산이 진기하였다.
구름이 해를 가려 날이 어두컴컴하더니 Sivan이란 곳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어둠이 내렸다. 18시 30분이 되어서야 디야르바크르의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반에서 호수를 돌지 않고 바로 가는 버스를 탔으면 낮에 도착했을 텐데, 호수를 돌아오는 차를 타는 바람에 3시간이나 늦게 도착하였다.
배낭여행에서 가장 곤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밤에 낮선 도시에 도착하여 여관을 찾는 일이다. 내가 타고 온 버스는 디야르바크르에서 세르비스를 운영하지 않았다. 성(城)안 구시가지로 들어가기 위하여 시내버스를 물어물어 탔다. 구시가지 입구에서 내려 점잖아 보이는 사람에게 Guest Hose Van Palace의 위치를 물었더니 그분이 직접 게스트 하우스까지 대려다 주었다.
터키인들의 친절은 참으로 감탄할 만하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란에서도 그랬고...... 내가 만난 중동사람들은 남에게 베푸는 일에 성의를 다하였다.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진심으로 감사하였고 또 그들의 그런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오늘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아주 쉽게 잠자리를 찾아서 편안하게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Van Palace’는 오래된 낡은 여관이다. 간판도 아주 조그맣게 들어오는 골목에 매달아서 다른 큰 간판에 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여관의 규모는 그런 대로 큰 편이고 전체적인 구조는 괜찮은 편인데 리모델링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Hotel Gap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나는 같은 여관으로 혼동을 하였다.
도미토리 방을 들었는데 나 혼자 쓴다. 싱글 룸과 같다. 내일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1박에 5TL이다.
Van 호수
터키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Mt 쉬프한>
Adilcevaz라는 소읍의 휴식터
지나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Bitlis 시가지
Bitlis에서 디야바크르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이렇게 깊은 산협이 계속 된다.
산에 나무가 있어서 생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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