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65세의 젊은이가 중동과 동유럽을 헤맸다<30>--이란에서 다시 터키로--

어르신네 2006. 6. 28. 08:21
 


<이란에서 다시 터키로>

2005년 11월 3일 (목) 맑음


이란에서 터키로 돌아왔다. 돌아오고 나서 생각하니 좀 아쉽다. 비자를 연장해서 이란의 남부지방과 동부지방을 돌아서 올 것을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했을 경우 터키에는 한 겨울에 돌아다녀야 할 것 같아서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쨌거나 처음 여행계획에 없었던 이란 여행은 잘 했다.


5시 30분에 짐을 챙겨서 여관을 나왔다.

타브리즈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와서 6시 30분 마꾸행 버스를 탔다. 연일 장거리 버스 여행을 밤낮으로 했으니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어저께 타브리즈 버스터미널에서 넘어져 다친 곳이 자꾸 말썽을 부린다.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으로 이란을 떠났다. 야지드에서는 터키로 넘어가는 국경과 너무 먼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제 날짜에 갈 수 있을까 , 혹시 날짜를 넘겨서 벌금을 물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국경을 넘고서야 그런 걱정이 말끔히 가셨다.

이란을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넓은 땅덩어리였다. 대부분 메마른 사막이었지만, 그 마른 땅에 물은 어디서 생겼는지 농장에는 수로가 거미줄처럼 나있고, 도시에는 도로변에 있는 수로로 일정량의 맑은 물이이 일정한 시간에 흘러가게 하였다. 동력을 이용하여 물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공급하는 것 같았다.


석유가 흔한 나라라서 그런가, 밤에 버스를 타고 테헤란으로 오는 길에는 모두 가로등을 설치하여 도로를 환하게 밝혔고, 어떤 곳은 전구로 아름다운 여러 가지 모형을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특히 버스 기사는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켰고 운행 시간을 기가 막히게 잘 맞췄다. 시가지도 비교적 깨끗하고 사람들의 외모도 대부분 세련된 모습이었다. 여인들의 차도르만은 여간 불편해 보이지 않았는데 여행을 하면서 자주 보고 눈에 익숙해지니까 그 나름대로의 기능이 있을 것 같고 또 어떤 여인들의 차도르 걸친 모습은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였다.


어딜 가나 택시기사는 외국인을 봉으로 생각하고 무슨 먹잇감을 본 야수들처럼 달려든다. 정말로 성가시고 골치 아픈 존재들이다. 필요악이란 말이 그들에게 해당되는 말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이란의 산에는 나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평지의 인가가 있는 곳이나 내가 흐르는 곳 가장자리에는 미루나무와 버드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시가지와 마을에 있는 수목들은 모두 인공적으로 식재한 것으로 보였다.


이란의 서북 국경지방이 가까워지면 높은 산들이 많이 타나났고 자동차는 계속되는 오르막길에서 엔진소리를 높였다.


버스가 마꾸에 닿으니 택시 기사들이 또 달려들었다. 나는 이런 때 잘 대처하는 요령이 부족하여 꼭 손해를 보게 되다. 다른 사람들은 3,000R에 바자르강까지 갔다는데 나는 10,000R을 내고 갔다. 바자르강에서 환전할 때도 8$이나 손해를 보았다. 철저하지 못하고 끈기있게 일처리하지 못해서 생긴 업보다.


좀 서두르고 요령껏 대처했더라면 이곳 도우야베짓에서 머물지 않고 반(Van)까지 갔을 것을 우물거리다가 시간을 놓쳤다. 그래서 사루한(Saruhan) 여관으로 들어왔다. 오늘 저녁식사도 식당 종업원과 대화가 어려워 고기만 먹어야 했다.


오늘은 이것저것 하는 일마다 꼬였다.


사루한 여관에 한국인을 위한 정보노트에 내가 이란에 갔다가 온 경로를 정보랍시고 몇 자 적어놓았는데 뒤에 와서 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란이 이슬람지역이라서 색다른 점들이 많이 보였고 또 느껴지기도 하였다.

버스에서는 여자를 우대하였다. 그리고 외국사람이 이곳 여인들과 얘기하거나 접근하는 것을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낯설어 하였다. 외국인이 현지 여인들과 만났을 때는 조심해야 할 사항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두르는 성격이 있어서 누가 늦장을 부리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불만을 토로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느긋하다. 터키와 이란 사람들의 인사법은 서로 포옹하면서 얼굴을 이쪽 볼과 저쪽 볼에 대고 입을 맞춘다.

테헤란에서 타브리즈로 왔을 때에 보았던 일이다. 어떤 정거장에서 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할 때, 승객 중에 한 사람이 많은 출영객들과 일일이 포옹하면서 그런 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런데 버스 기사는 그 손님이 인사를 다 나눌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다른 승객들도 그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도우베야짓은 고지대라서 상당히 춥다. 사루한 여관에는 난방시설이 좋지 않아 방도 춥다. 타브리즈에서 쫄쫄이내복을 사오기를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