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동남아 여행1 -- 타일랜드의 방콕

어르신네 2009. 4. 10. 16:16

방콕

2009년 2월 24일(화) 흐림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설렘이 앞설 텐데 흐린 날씨 탓인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배낭여행을 떠날 때와는 달리 초조함과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두어 차례 배낭여행을 했던 노하우가 작용한 것일까?

사위가 나와서 비행기 탑승 수속을 모두 해주어서 쉽게 출국장으로 나왔다. 인천 공항에서 17시 35분에 출발하는 태국 행 비행기를 타고 방콕에 9시 20분 조금 지나서 도착하였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니 밤10시 2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둘러 카오산 행 버스를 타고 출국 전에 예약을 해둔 삼센 로드에 있는 여관 Siri Baan Thai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가까웠다.

 

2009년 2월 25일 (수) 맑음

Siri Baan Thai G.H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주인과 E-mail을 통하여 예약했을 때 여관 주인의 한국어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막상 와서 보니 종업원까지 한국말을 곧 잘 하였다. 主人인 피치라는 여인은 한국의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지금은 태국 주재 삼성 전자 회사에 근무한다고 한다. 여관이 여행자 거리인 카오산과는 조금 떨어진 주택가라 조용한 곳이었고 투숙객 중 독일사람 커플 이외에는 대부분 한국인들이었다. 투숙객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팝’이라는 종업원도 편안한 인상에 한국말을 제법 잘 구사하여 친근감이 느껴져서 그런지 방콕에 온 첫 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아침나절에 목포에서 왔다는 젊은이를 따라서 카오산의 여행자 거리로 나갔다. 이른 시각이리서 그런지 나다니는 사람들도 적고 아직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거리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하였다.

‘동대문’이라는 한국인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목포 젊은이와 헤어져서 나는 왕궁과 왓포로 갔다. 사진 자료와 여러 동영상을 통해서 많이 보아왔던 터라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왕궁은 왕궁이라기보다 하나의 사찰을 찾아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왕궁을 돌면서 그 규모나 극치를 이룬 화려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왓포는 왕궁에 딸린 부속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왓포에는 와불상이 대형 건물 하나를 다 차지한 것이 특색이었다. 왕궁과 왓포에서 태국인들의 부쳐님을 경배하는 경건한 몸가짐에 나도 저절로 옷매무새를 매만지면서 조심조심 행동하게 되었다. 나만이 아니라 서양사람들도 태국인들의 불심에 감화되어 부처상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고 또 절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왕궁과 왓포에서 보았던 태국인들의 불심(佛心)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

저녁에는 Asia Hotel의 공연장에서 ‘칼립소(Calypso)’를 보았다. ‘칼립소(Calypso Cabaret)’가 태국의 전통무용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망연한 추측만 하고 가 보았더니 트랜스젠더(trans gender) 쇼였다. 한 시간 남짓 공연이 이어졌으며 와인도 한 잔씩 곁들였다.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도록 객석을 넘나들면서 쇼가 진행되었는데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쇼가 끝나고 게이들이 입구로 나와서 사진도 같이 찍고 배웅도 해 주었다. 오늘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주 색다른 쇼를 보았다.

오늘 들어갔던 왕궁의 입장권에 ‘왓 위만맥’의 관람료100B가 포함되어 있는데 7일 이내에 ‘왓 위만맥’에 입장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행객이 ‘왓 위만맥’에는 별로 볼거리가 없어서 입장을 포기한다고 한다. 태국 관광청의 상술이 기막히게 뛰어난 것 같다.

 

2009년 2월 26일 (목) 맑음

같이 투숙하고 있는 김 사장이란 분과 함께 강변 공원으로 가보았다. 공원관리가 잘 되었고 경관도 좋았다. 김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행사를 찾아가서 ‘미얀마(Myanmar)' 가는 배행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어저께 어떤 여행사에서 6,300B라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5,800B라고 하였다. 어떤 것에서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왓 아룬(Wat Arun : 왓 아룬이란 이름은 인도의 새벽신인 ‘아루나’에서 따왔다고 한다.)을 찾아갔다.

왓 아룬에 가려면 Phra Arthit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Tha Tien 나루터에서 내려 강을 건너가는 배로 갈아타면 되는데, 삼센 로드에서부터 카오산과 왕궁을 지나 Tha Tien 나루터까지 걸어가서 배를 타고 왓 아룬에 갔다.

왓 아룬은 중앙의 높은 탑과 네 귀퉁이의 작은 네 개의 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탑에 도자기 조각을 붙여서 햇볕에 유난히 반짝인다. 중앙탑의 계단을 타고 오르면 방콕 도심을 휘감고 유유히 흘러가는 짜오 프라야(Chao Phraya) 강과 강 건너의 화려한 왕궁과 시내에 높이 솟은 현대식 건물들이 한눈에 잡힌다. 그리고 이 왓 아룬 탑은 태국의 십 바트짜리 동전에 그려져 있다. 오늘은 길을 잘못들어 많이 헤매기도 했는데 그 대신 지리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서 걷는데 무척 힘들었던 하루다.

저녁에는 돼지고기를 구워서 수원 이 양이 가지고 소주로 파티를 열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쑤코타이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