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랙(테르키 차강노르)과 허르거 화산
(8월 / 8일)
늦잠을 자는 바람에 5시 30분에 산을 올랐다.
벌써 게르 뒷 산등성이 높은 곳을 오른 분들도 있었다.
나도 부지런히 산봉우리를 향하여 올랐다.
급히 산등성이를 향하여 오르다가 얼음이 얼어붙은 바위에서 미끄러져서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다.
다시 몸을 추스리고 조심스럽게 게르에서 가장 가까운 산등성이에 오랐더니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등성이에서 사방을 조망하였다.
눈 아래 화이트 랙과 산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다가왔다.
(화이트 랙은 몽골어로 테르키 차강노르라고 한다.)
게르 뒷산등성이에서 바라본 화이트 랙
산등을 따라 게속 올라갔다. 저 멀리 높은 산봉우리를 쳐다보니, 어저께 내린 눈이 하얗게 산봉우리를 덮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산등성이에서 눈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내려 오려면 부지런히 올라가도 2시간 이상 걸릴 것 같았다.
산세가 가파롭기는 해도 대체로 부드럽다. 그리고 나무가 없고 풀들도 무성하게 자라지도 않았고 억세지 않아 등산하기는 좋았다. 그래서 눈이 내린 곳을 향하여 혼자서 부지런히 산 등성이를 타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에 혼자 말을 타고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몽골인을 만나기도 하고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곳을 지나기도 하였다.
말을 타고 산을 넘어가는 몽골인
산 중턱에 마소나 양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만든 우리가 보인다. 산 마루에는 눈이 내려 쌓였다
이 산에도 야생화가 많이 피었다.
부지런히 산등을 타고 올라갔다.
눈이 쌓여 있는 곳까지 올라가는데 1시간 40분 남짓 소요되었다. 무척 빨리 올라왔던 것이다.
우측의 높은 산에는 눈이 더 많이 쌓여 있었는데 그곳으로 가려면 이 산등에서 산마루를 타고 빙 돌거나 낮은 지대로 한참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포기하였다.
내가 올라와 서있는 산봉우리에 쌓인 눈의 양이 맞은 편 높은 산보다는 많지 않지만 한 여름에 눈이 내린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와서 직접 눈을 만져보고 눈밭을 밟아 보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즐겁고 흐뭇하고 기분 좋은 일인가...
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일대의 경관은 또 얼마나 장관이었던가....
우측의 눈이 쌓인 높은 산이 장중한 모습으로 사방을 엄호하듯이 우뚝 솟았고, 산 너머로 아스라히 벋아나간 산들과 산과 산 갈피에는 넓은 분지들이 있고, 분지의 아름다운 초원에는 드문드문 하얀 게르가 점처럼 박혔다. 우리의 숙소인 게르도 하얀 점을 초원에 찍어놓은 것 같이 보였으며 그 앞으로 화이트 랙이 솜털같은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멀리 뻗어나가다가 산들 사이로 숨바꼭질하였다.
산봉우리에서 눈을 밟으면서 정신없이 이리저리 쏘아 다니면서 사방 경계를 살피느라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다.
내가 산에 올라가서 장시간 지체하면 게르에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 것 같았다. 이 좋은 경관을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감상하지 못하고 내려가는 것이 아쉬웠다.
눈밭에서 정신없이 산을 내려왔다. 게르에 도착하니 9시가 가까웠다.
게르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여 1시간 40분만에 눈이 내린 봉우리 가까이에 도착하였다
내가 오른 산봉우리에서 내려다본 화이트 랙
우측으로 더 올라가고 싶었다
눈이 내린 곳에서 게르로 내려오던 곳
09시 30분에 허르거 화산(Khorgo Volcanp) 탐방을 위해 푸르공을 탔다.
게르에서 화산지대까지 푸르공으로 10분 거리라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2호차가 화산지대에 거의 다다라서 고장이 났다.
차가 고장이 나도 금방 5분 내외로 고쳐서 멀쩡하게 또 출발하니까 걱정이 안 되었다. 고장이 나면 기사들이 모두 모여서 협동하여 금방 뚝딱 고치는 모습이 참 신기하게 보였다.
미국의 뉴맥시코에서 4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보면 넓은 화산지역을 여러 번 만나게 되는데, 용암이 지나간 곳에는 흡사 두더지가 땅 속을 파면서 지나간 것처럼 지표면에서 바위들이 들석 일어나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곳 화산지대도 그와 똑 같은 형상으로 용암이 지나가면서 넓은 지역의 지표를 뒤적여 놓았다. 화산이 폭발한 분화구가 있는 산으로 오르는 주변은 분화구(crater)가 용출하면서 뿜어 쏟아놓은 화산석이 갖가지 기묘한 모양으로 흩어져 있다. 분화구가 보이는 곳이 가파르고 높다. 화산에 오르니 분화구가 아주 깊어 파였다. 화산활동을 끝낸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다(화산활동 시기를 약 8천년 전으로 추정). 또 어떤 곳은 화덕에서 불을 끈지 몇 일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분화구 가장 자리의 높은 곳에 올라 둘러보는 주변 경관이 참으로 좋았다. 이곳 화산 지대에도 양떼들이 화산석 사이사이에서 자란 풀을 뜯고 있었다. 흰구름 조각들이 두둥실 떠 있는 파란 하늘 아래 화산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 넓은 분지를 이루었고, 그 분지에 화산석과 나무와 푸른 풀과 풀을 뜯는 양떼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분화구를 한 바퀴돌아내려와서 마유주를 사서 마셨다. 알콜성분이 아주 적어서 별맛을 느낄 수 없었다.
화산 분화구 주변
화산 분화구(Vocano Crater
분화구 가장자리
화산지대에서 게르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는 자유 시간이라 하였다.
기사들과 가이드들은 저녁에 먹을 허르헉을 준비하였다.
나는 호숫가로 나갔다. 앝은 방파제처럼 호수 가운데로 쑥 들어간 곳을 따라 가보았다. 그곳은 전체가 꽃밭이었다. 꽃밭 속에서 호수와 호수 위의 청정한 하늘을 수놓은 흰 구름을 보면서 '내가 지금 무릉도원에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아서 꽃밭 가장자리를 두 바퀴나 돌았다. 그리고 꽃밭에 털썩 주저 앉아 마냥 시간을 보냈다.
큰 바위와 모래가 깔려 있는 곳에서 한 가족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말은 통하지 않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도 되느냐니까 좋다고 하여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도 그 가족의 일원처럼....
일행 중 한 분이 와서 허르헉 만드는 것 구경하자고 하여 게르로 갔다.
저녁에는 허르헉을 먹었다.
허르헉을 먹으면서 보드카도 곁드렸다. 많이 취해서 저녁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술이 취하여 주책을 많이 부린 것 같다. 술이 취하긴 했지만 많이 웃고 재미있었던 밤이었다.
우리가 묵었던 게르 동쪽부분 호수 가운데 이런 꽃밭이 있었다.
꽃밭 부근 모래가 있는 곳에서 물놀이 를 즐기던 가족과 함께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내가족 같은 분위기?
화이트 랙 그리고 하늘 구름
보트카에 얼근하게 달아오르다
언제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