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에서 볼리비아 사막으로
2011. 3. 30 (수) 맑음
밤잠을 설쳤다. 새벽에 잠이 더 이상 들지 않아 눈만 감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가 6시 30분에 밖에 나가 간단하게 체조하여 몸을 풀고 홍차 한잔 타서 마셨다.
8시 정각에 여행사(Agency)에 가서 우유니로 가는 일행이 될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칠레에서 볼리비아로 가는 출국사무소는 아타카마 타운에 있다. 출국신고를 마치고 9시 10분에 출발한 버스는 아타카마 분지를 지나 고산지대로 힘겹게 올랐다.
칠레와 볼리비아의 경계선상에 있는 5930m의 볼칸 리칸카부르(Volcan Licancabur)가 빙하를 덮어쓰고 전방 좌측에 우뚝 솟았다. 볼칸 라칸카부르 우측 고개 마루로 올라가는 길 양편에는 사막 식물이 땅에 붙어서 고만고만한 키로 서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고르게 자랐는데 꼭 사람이 간격을 맞춰 점묘(點描)해 놓은 것 같이 보였다. 고개 마루에는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지다.
고개 마루 국경까지 힘겹게 올라온 버스가 북쪽을 향하여 직각으로 꺾어서 볼리비아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있는 곳으로 갔다. 올라오던 길에서 직진하여 계속 동쪽으로 가면 아르헨티나 국경이 나온다.
볼리비아 국경출입국관리사무소 바로 옆에 있는 산
볼리비아 출입국사무소(Immigration Office) 앞에 내려 입국심사를 간단하게 마쳤다. 버스에서 내릴 때 약간 어지러웠다. 4000m 이상의 고지대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버스에서 짐을 내려 짚(Jeep)으로 바꿔 탔다. 벨기에 사람 Jelle 부부와 나 세 사람이 한 팀이 되어 같은 짚(Jeep)에 올랐다. 이때부터 이 부부와 나는 우유니에서 헤어질 때까지 계속 한 팀으로 움직였다.
국경출입국사무소를 출발하여 20여분 후에 우유니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입장료 130Bs을 지불하고 White Lagoon에서 내렸다(지도에는 Lagoon Verde라고 기록된 것 같은데?) 화이트 석호는 안데스 산의 설봉(雪峰)들이 먼발치에서 둘러싸고 있어 호수에 아름답게 비친다. 호수 가장자리는 석회 가루를 하얗게 둘렀다.
각종 새들이 무리지어 날고 야생 라마가 물을 먹으려고 무리지어 호수로 내려왔다.
호수를 끼고 10분 정도 가서 바위와 돌투성이 길의 언덕에 올라가서 짚을 세웠다. 거대한 설봉 볼칸 리간가부르가 흘러내려 오다가 멎은 그린 라군(Green Lagoon) 앞이었다. Green Lagoon은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주변에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곳이라 한다. 호수의 명칭에 맞게 Green 색(色)을 띠었다. 웅장한 고봉을 배경으로 초록의 빛깔을 가진 호수가 색다르게 보였다.
다시 짚을 타고 40여분을 달려가서 Deli Rock Desert 옆을 지났다. 사막 한가운데에 커다란 바위들이 드문드문 올라앉은 기이한 모습이다. 주변에 독특한 색상을 입은 벌거숭이산도 눈길을 끌었다.
다시 사막 길을 10여분 달린 차는 조그만 Hot Spring이 있는 Salt Lagoon(?)에 도착하였다. 서양 젊은이들이 Hot Spring을 메웠다. 풀(fool) 앞의 석호도 넓고 아름답다. 석호 가장자리를 돌아다녔더니 어지럽고 숨이 찼다. 어지러움 증을 완화시키려고 그늘진 곳에 앉아서 벨기에 인(人) Jelle 커플이 탕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시 차가 먼지가 많이 이는 오르막길을 올랐다. 오르막이 겁이 났다. 지금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곳이 4,700m라고 했는데 까맣게 쳐다보이는 오르막의 끝은 얼마나 높은 곳일까 걱정이 되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 기사에게 이 고개의 높이가 얼마냐고 물으니 5,000m가 넘는다고 하였다.
고갯길 아래에 Morning Sun Geyser Basin으로 갔다. 차에서 내리니 걷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웠다. 기사에게 이곳 높이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4870m라고 하였다. 어지러움을 참고 분주하게 오가며 지열을 뿜어내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더니 기사가 좇아와서 화구 가까이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땅에서 물이 끓는 소리와 지열을 뿜어내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물이 끓어오르고 화구에서 물체를 수증기와 함께 토해내기도 하였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숨을 몰아쉬었더니 어지러움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만 움직여도 곧 어지러웠다.
이번에는 사구(砂丘)를 밋밋하게 내려가서 넓은 분지로 들어섰다. 분지를 이리저리 휘돌아 가는데 멀리 또 호수가 보였다.
그게 Red Lagoon(Laguna Colorado)이라 하였다. 멀리에서 보았을 때는 호수와 호수가장자리를 두른 흰 석회분이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가자 플라밍고(Flamingo)가 떼 지어 날기도 하고 호수 한가운데 무리지어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호수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참으로 신기하다. 저렇게 호수가 붉은 색을 띠는 것은 물이 붉은 것이 아니라 붉게 보이도록 하는 특수한 자연현상인 것 같다. 무엇이 저렇게 호수를 붉은 색으로 보이게 할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상하고 신기하다.
숙소로 이동하였다. 숙소가 Red Lagoon 옆 길가에 있었다. 다른 팀들의 차들도 와 있었다. 내 방은 Jelle 커플과 같은 방이다. 우리는 숙소에 배낭을 놓고 다시 호수로 나갔다. 호수를 더 잘 보려고 2km 가량 걸어서 산으로 갔다.
산 중턱에 있는 ‘공원관리사무소건물’의 view point에서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가 붉은 카펫을 펼쳐 놓은 것 같다. 플라밍고가 카펫 위를 날거나 카펫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바람에 붉은 물결이 파문을 일으키는 것도 아름답다.
빙하를 덮어쓴 산과 광막한 사막 그리고 붉은 카펫을 펼쳐놓은 것 같은 붉은 호수, 그 호수를 떼 지어 나는 플라밍고를 보면서 그 멋진 풍경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였다.
저녁을 먹고 밤하늘의 별을 보려고 밖에 나갔다. 밖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무척 추워졌다. 사막의 밤하늘은 별들로 꽉 찼고 유난히 초롱초롱하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몰아치면서 세찬 바람을 감당할 수 없어 식당으로 들어가서 맥주 한 병 비싸게 사서 마셨다.
Colorado 호수에 와서는 어지러움 증은 좀 덜 했는데,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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