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남미(南美) 여행 18. - 라파즈(La Paz)의 페스티발

어르신네 2011. 6. 25. 22:14

라파즈(La Paz) 

 

 2011.4.2(토) 맑음

아침 7시에 라파즈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미국인이 옆자리에 탔는데 한국 일산에서 1년간 원어민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고... 그를 따라서 간 호텔은 고급호텔이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으므로 바로 나오려고 했더니 호텔 종업원이 가방을 보관해 줄 터이니 자기 호텔 인근에 있는 저가(低價) 호텔을 찾아서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예약하고 짐을 가져가라고 친절을 베풀었다.

Mileno이 좀 안전하고 조용하다고 해서 알아보았더니 택시를 타고 가야할 거리였다. 짐을 찾아서 나오면서 순경에게 택시를 잡아줄 것을 부탁했다. 순경이 택시를 잡아서 운전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택시 번호 등을 자기 수첩에 기입했다. 그리고 기사에게 주라고 한 돈이 17Bs인지 70Bs인지를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관에 도착했을 때 70Bs를 내밀었더니 웃으면서 20Bs를 가져가고 3Bs를 나에게 거슬러 주었다. 순경이 고마웠다. 순경이 태워주고 번호를 기록하니까 지레 겁을 먹고 17Bs만 받은 것인지 착해서 그 값어치만 받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하간 운전기사도 고마웠다. 그런데 Milono여관에 침대가 없어서 조금 떨어진 곳의 Senorial Hostel에 들었다.

 

라파즈는 높은 지대에서 골짜기로  흘러내린 경사면에 형성된 도시인데, 도시 전체의 모양을 가늠하기가가 어렵다. 도시의 골짜기마다 낮은 지대에서부터 산꼭대기까지 산자락에 집들이 촘촘히 붙었다. 고지대(高地帶 : 3,600m 내외)라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면 숨이 차다.  

 산꼭대기까지 산자락에 집들이 촘촘히 붙었다

산프란시스코 성당 옆으로 난 사가르나가(Sagarnaga)거리와 마녀 시장 등을 들러 보았는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숨이 찼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서는 가능한 천천히 숨을 몰아쉬면서 걸었다. 이 거리에는 여행사와 기념품 상점들이 대부분이며 마녀시장과 그 위 산동네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시장은 세계의 여느 재래시장과 비슷하였다.

사가르나가(Sagarnaga)거리

점심에 먹으려고 빵을 사서 Mariscal Sant Cruz 거리로 들어서는데 무슨 행사가 있는지 길 가장자리에 단을 쌓아서 좌석을 만들어놓은 곳도 있고 도로변을 따라 길게 의자를 늘여놓고 인도에서는 큰 길[大路]에서 벌어지는 행사가 보이지 않도록 휘장을 둘러놓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좌석을 파는 것이었다. 나도 돈을 주고 앉을까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다.  

 단을 쌓아서 좌석을 만들어 놓은 곳

조금 후 산프란시스코 성당 위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리로 쏠렸다. 축제가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하는 행사인가? 라파즈의 축제로는 Alasitas(1월 24일)와 El Gran Poder(Late May to early Jume)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4월 초에???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축제를 보지 못하고 온 것이 늘 마음 한구석을 허전하게 했는데, 라파즈에서 뜻하지 않게 축제를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축제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인지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휘장이 없는 길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전통복장을 한 중장년의 남녀들이 춤을 추면서서 내려오고 그 뒤에는 취주악대가 따랐다

 

드디어 전통복장을 한 중장년의 남녀들이 춤을 추면서서 내려오고 그 뒤에는 취주악대가 따랐다. 각 팀들이 그렇게 계속하여 그 팀의 취주악대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내려왔다. 팀의 구성이 연령별로, 지역별로, 종족별로 혹은 어떤 단체별로 구성된 것 같기도 하였다. 흑인만으로 이루어진 팀도 있었다.

 

 

 

 

 

 

 

 

각 팀마다 독특한 복장을 하였고, 각 팀마다 대부분 경쾌한 라틴계의 멜로디였지만 팀의 특성에 맞춰 노래를 선정한 것 같고, 춤의 형태는 약간씩 달라보였지만 같은 기본 스텝을 응용한 것 같았다. 그런데 특히 젊은이들로 구성된 팀은 경쾌한 노래를 선곡하여 다이내믹한 춤으로 구경꾼들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어떤 팀의 멤버는 술을 과하게 마셨는지 혼자 대로를 종횡으로 쓸고 다니는 안쓰러운 모습도 보였다.

나는 새로운 팀이 나타날 때마다 신비롭고 그들의 춤사위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렸다. 서양 여행객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그 팀의 고유한 의상을 입고 팀 멤버들과 보조를 맞춰 춤을 추고 내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길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함께 춤추는 모습도 흥겨웠다.

 

 

 

 

 

 

 

그런데 각 팀이 대로(大路)에서 열을 지어 춤을 추면서 내려오는데 젊은이들은 대부분 대열을 반듯하게 맞춰서 내려오는데, 나이 든 팀들은 대부분 대오가 흐트러졌고 단원들이 제각각 춤을 추고 뿔뿔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또각 팀이 내러올 때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그 앞으로 다가가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분장을 하고 춤추면서 내려오는 팀 가운데에 아는 팀원이라도 있으면 대열 속으로 들어가서 악수도 하고 담화를 나누기도 하여 어수선한 면도 있었다. 퍼레이드나 가장행렬이 있을 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만 보아오던 나에게는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해 보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 없고 아주 자유로우면서도 최대한 페스티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룰(rule)을 지켜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이 행상인도 한몫을 하였다. 참으로 많은 행상인들이 종횡무진 페스티발 진행 팀들 사이를 오가기도 하고 오르내리면서 관객을 대상으로 열심히 뛰었다.

 

 

 

 

 

 너무나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3시간 30분여분 동안 거리에 서서 구경하였다.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을 것 같은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생쥐가 되어 여관으로 돌아왔다.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인지 다리가 무겁고 피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