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꼴까따(4)<깔리가트와 파라곤>
<깔리가뜨>
2005년 2월 23일 (수) 맑음
6시30분 봉사활동을 하려 가는 사람들을 따라 마더하우스로 갔다. 마더하우스에서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각자가 택한 봉사활동장소로 이동하였다.
나는 중환자를 수용하고 있다는 깔리 가트로 갔다.
늙거나 병들어 기동성을 잃은 사람들, 곧 임종을 앞둔 분들이 소용되어있는 곳이라 하였다.
봉사자가 병실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하여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했다. 첫날이라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상황만 지켜보았다.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 많은 봉사자들이 모두가 부지런히 자기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데 나는 첫날이라 몸이 굳어 움직여지질 않았다.
내가 깔리카트에 도착하여 본, 오전 중의 일과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봉사자들이 갈리가뜨
기도가 끝 난 다음에는 환자들의 아침 식사를 도와준다.
식사가 끝나면 대체로 봉사활동이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한 갈래는 환자의 방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다. 환자들을 목욕시키고, 환자복을 갈아입힌 다음 침상에 눕힌다. 그러면 의사가 환자 개개인의 카드를 들고 회진을 하고, 간호사들은 상처를 가진 환자들을 치료한다. 일반 봉사자들 가운데는 의사가 환자별로 처방해 놓은 약을 찾아서 환자에게 먹이기도 하고, 간호사들의 일을 돕기도 한다. 그 외에는 환자들 옆에서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그때그때의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자기 힘으로 용변을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를 돕는 일,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일,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환자에게 물을 마시도록 돕는 일, 그 외에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일 등등이 있다.
또 다른 갈래는 환자들이 식사를 한 후에 내놓은 그릇과 환자들이 입었던 옷을 빨래하는 일이다. 많은 봉사자들이 빨래하는 일에 투입된다. 환자들이 목욕을 하고 벗어놓은 환자복을 비롯한 각종빨래거리를 처리하는 일이다.
10시 30분경에 휴식 및 간식시간이 있다.
30~4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병실로 들어간다(사실은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던 옥상에서 병실로 내려온다). 병실에 들어가서 환자들에게 점심식사를 도와준다.
환자들의 점심식사가 끝나면 그 뒤처리를 마치고 오전 일과를 끝내고 돌아간다.
만약 오후에 계속하여 봉사하고 싶은 사람은 남아서 오후 봉사활동을 계속한다.
나는 환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물린 식기를 세척장에 날라주고 병실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참 후에 한 환자가 나에게 손짓을 하여 그리로 갔었다. 마실 물을 달라고 하였다. 일으켜 앉힌 다음 물을 마시게 하였더니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감싸면서 찡그렸다. 머리를 자근자근 눌러주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만족하는지 눈을 감고 편안하게 누웠다. 옆의 환자가 눈이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았다. 자기에게도 그렇게 해달라는 표정 같았다. 팔다리가 굳어져서 잘 펴지지 않았다. 눈의 초점이 한 곳에 멎어 있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손가락 마디마디가 굳어 잘 펴지지 않고 뻣뻣하였다. 손을 만져주고 다리팔을 주물러주니 눈동자가 나에게로 왔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나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일까? 말도 없고 팔다리도 자의로 움직이지 못한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서 여기저기를 주먹으로 두드렸다. 만족하는지 눈을 스르르 감았다.
남자 병동에는 주로 남자들이 여자 병동에는 여자들이 봉사활동을 한다. 남자 병동에 일본여자 간호원 두 명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들의 치료를 받던 어떤 환자가 옷에다가 변을 실례하였다. 그녀들은 내색도 하지 않고 그 오물을 깨끗이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그 병실의 환자들을 치료하였다. 많은 환자들이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또 어떤 환자들은 살이 썩어가는 환부를 가지고 있었고 에이즈 환자도 있었다. 보기에도 참담한 상처였다. 환자들의 투정을 다 받아주면서도 해맑은 미소로 정성을 다하는 그녀들은 환자들의 상처만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하는 것 같았다. 그녀들을 위해 天使란 말이 생긴 것 같았다.
그 일본 간호사들은 우리와 같은 파라곤 여관의 도미토리에 투속하고 있었다. 파라곤 여관에서 희희낙락하면서 무위도식하는 일본 남자들과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녀들도 그런 아류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깔리가트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나는 아직 몸이 굳어 억지로 참여하는 형상이다. 내일부터 아니 모래부터(내일은 목요일이라 봉사활동이 없다고 함)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여야겠다. 그래도 부산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의 도움이 컸다. 아직은 도움을 받아 봉사활동에 참여하여야 할 것 같다. 차를 타고 오가는 일에서부터 여러 가지 면에서.........
<깔리까뜨>
<파라곤>
12시 봉사활동을 마치고 여관에 돌아오니 아내도 돌아와 있었다. 아침은 마더하우스에서 해결했는데 점심식사는 어제 저녁에 해놓은 밥과 김치찌개 그리고 고추장으로 해결했다. 오후에는 아내와 시장에 가서 피망과 양파 등 야채를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저녁식사는 낮에 먹다가 남은 밥과 김치로 해결했다.
이곳 파라곤이 소란하다면서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기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파라곤에는 봉사활동을 위해 기거하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일본사람과 서양사람 몇몇은 그냥 놀이를 위해 이곳에 머물고 있으면서 이국의 정취를 즐기는 것 같다. 그 분위기에 함께 어울리는 한국 젊은이들도 있다. 외국인들과 어울려 우의를 가지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인과 서양 사람들은 봉사활동과 또 다른 분주한 일과를 가지는 것 같다. 또 독서에 빠진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오후에 여관비를 지불하면서 우리가 들어있는 방 바로 옆의 옥상에서 저녁 늦게까지 소란하여 잠을 자기가 어렵다고 하니까 내일 방을 바꿔 주겠다고 한다. 너무 소란해서 초저녁잠이 많은 아내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오늘 저녁에도 그렇게 소란할 것인지..........
한 젊은이가 집에서 보내주는 돈을 찾아서 써야 하는데, 그 젊은이의 부모가 내 은행계좌로 입금을 할 터이니, 내 카드를 이용하여 그 돈을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서 허락을 하였다. 귀국을 위해 당장에 돈이 필요하다니 그 딱한 사정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어서 응낙해 주었다. 사람이 사람을 믿어야 하는데 왜 자꾸 단 생각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정직하지 못해서 그런가? 여하간 젊은 사람이 낭패를 당하지 않게 도와주어야 늙은이의 도리이지, 함부로 우리 젊은이를 의심하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지.......그런데 왜 자꾸 딴 생각이 나는지 원, 참..........
오늘 저녁도 어저께처럼 또 소란해지기 시작한다.
정말로 파라곤의 분위기는 이런 분위기란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소란을 탓하기보다는 젊음을 긍정해주어야 할 것 같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은 젊은이들만이 가지는 특권임을 이해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또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꿔 보아야겠다. 그러나 왜 자꾸 거슬리게만 들리는가? 악을 쓰는 듯한 노래, 불협화음처럼 들리는 장단과 퉁소소리, 그리고 고성방가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노래, 웃고 떠드는 소리....... 늙음은 심술인가?
저들은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할 터인데, 힘이 넘치는 젊음의 발산인데, 젊음이 공간을 흥겨움으로 가득 채워 놓았데, 진정 아름답지 않단 말인가! 젊은이의 특권을 우리는 인정해 한다. 맞아! 젊음의 특권을 인정해주어야 해! 우리 같은 늙은이가 간섭하고 빼앗으려 해서 안돼! 그건 심술이야!
그런데 그런 놀이를 외면하는 젊은이는 무엇인가? 무엇에 위축되고 열정이 없어서 젊음의 특권을 방기하는 것인가? 그건 또 다른 면을 지녔으니까 그 쪽은 그쪽대로 인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소곳하게 하루의 일과를 반성하고 정리하여 그것을 사색하는 그런 젊음도 보인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친절하고 양보하고 뒤로 물러앉는 그런 모습도 보인다. 그런 이들은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늙은이가 주책없이 다른 형태의 젊음과 비교하여 우열과 호불호(好不好)를 따질 일이 아니다.
그렇지. 모두 한결같지는 않겠지.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한 부류로 묶어둘 수는 있지만, 그 사람들을 다시 개개인으로 따로 떼어놓고 보면 서로의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지 않는가!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어떤 틀 속에 가두어두고 늙음의 심술의 깃대를 휘둘러서야 되겠는가.
그래, 젊은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가지고 파라곤에서 지낼 수 있도록 생각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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