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39. 바라나시로

어르신네 2016. 2. 19. 17:31

39. 바라나시로


 

2005년 3월 2일(수)맑음 새벽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봉사활동을 위해 모인 사람들 속에 아내도 와 있었다. 한국에서 사용하다가 가지고 왔던 이발도구를 슈슈반(고아원)에 기증하겠다고 한다. 아내는 평소에 성당에서 노인들을 위한 이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도에 오면 마더하우스에서 단 며칠간이라도 이발 봉사를 하기로 생각했던 것이다. 마더하우스의 마당에서 빵과 짜이를 먹고 아내는 마지막 봉사활동을 한 다음 이발도구를 주기위하여 고아원으로 가고 나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짐을 챙겨서 정리하고,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프런트에 맡겼다. 오후에는 성바오로 성당을 구경하고 여관으로 돌아와서 짐을 가지고 하우라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너무 늦게 돌아왔다. 날씨는 덥고 한낮에 돌아다니기를 싫어하여 시장 구경이나 하기로 하였다. 뉴 마켓에서 아내는 샌들을 샀다. 나는 상품의 질이 어떤지 몰라서 사는 것을 말렸으나 한국의 백화점에서 본 것과 같은 것인데 값이 한국에서보다 싸다고 하여 신발가게 들어가 보았다. 고급 제품을 취급하는 곳이라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짜기로 이골이 난 아내가 분위기에 매료되었는지 고가(?=1990루피)를 서슴없이 지불하고 물품을 받아들었다. 사람이 좀 달라져 보였다.(............?) 

 

꼴까따에 와서 처음 만났던 부산에서 온 아가씨가 우리부부에게 점심을 사 주어서 잘 먹었다. 장기간 여행을 하면서 가지고 써야 할 비용이 만만찮을 터인데, 내가 베풀어야 할 걸 오히려 대접을 받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오후에 보낼 시간이 너무 지루하여 인터넷 방에 가서 2시간 이상을 보냈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안 형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동안 내게 온 메일을 정리하였다. 난초화분들이 말라 죽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가끔 물을 주라고 당부는 해 놓았지만.......

 

6시에 파라곤을 떠나 하우라 역으로 갔다. 파라곤에 묵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모두 나와서 환송해 주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백군도 바라나시로 가는데 타고 갈 기차가 우리와는 다른 것이었다. 우리가 타야할 기차가 들어오는 곳은 10번 홈이고 백군은 12번 홈이다. 바라나시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아내가 고급안경을 분실하였다. 그래서 경찰관에게 신고하고 확인서를 받기 위하여 백군과 함께 역전 파출소에 갔는데 이미 기차는 플랫폼에 들어와 있고 차의 출발시간은 다되어가는데 돌아오지 않아 애를 태우더니 기차 출발 직전에야 확인서를 받아가지고 돌아와서 겨우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Third AC를 탔는데 Sleeper 보다는 좀 났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관리가 엉망이다. 쥐새끼들이 바닥을 종횡으로 설쳐대고 바퀴벌레가 여기저기서 기어 다니고, 깔고 덮는 흰 시트의 천에는 세제를 깨끗이 헹궈내지 않아 흰 비누가루가 옷에 하얗게 달라붙었다. 우리 앞에는 일본 여학생 두 명과 인도남자 1명, 그리고 우리 옆에는 나이 좀 들어 보이는 인도 여인이 창가에 앉아 있었다.  

인도 남자는 일찌감치 3층으로 올라가서 누워 있었고 우리 옆의 인도여인은 가지고 온 음식을 먹는데 음식을 바닥에 흘리면서 먹었다. 냄새를 맡은 생쥐들이 음식을 주워 먹으려고 일본 여학생들의 발밑으로 왔다갔다 하였다. 여학생들은 기겁을 하여 괴성을 질러댔다. 쥐뿐이 아니다. 바퀴벌레도 여기저기서 기어 나왔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생쥐가 왔다갔다하고 바퀴벌레가 바닥을 기어 다녀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휴지로 깨끗하게 쓸어 모아서 열차연결부의 쓰레기 박스에 버렸다. 그 후에는 쥐와 바퀴벌레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 여학생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내 옆의 인도여인은 무안했던지 옆 칸 좌석으로 가더니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두 일본 여학생은 클라스 메이트인데 한 명은 순수한 일본인이고, 다른 한명은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스페인 인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얼굴 모습이나 체형은 완전히 서양 사람과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이나 몸가짐은 전형적인 일본여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옆칸에 있던 어린 인도 여자아이가 우리의 모습이 이상한지 우리를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초콜릿을 하나 주었다. 그 언니 되는 아이가 와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니까 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친다. 그 모습이 더 귀엽다. 그래서 아이를 우리 의자에 앉혔다. 그 언니도 함께 앉았다. 그 언니가 일본 여학생들에게 호감을 보였다. 영어를 제법 잘 구사하였다. 화페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에 우리나라 돈 100짜리 동전을 꺼내어서 4.5루피의 가치가 있는 돈이라고 하였더니 언니되는 아이가 자기 부모가 있는 칸에 갔다가 오면서 나에게 5루피를 주면서 100원을 자기가 가지면 안 되겠느냐고 하였다. 100원을 그냥 가지라고 하였더니 굳이  5루피를 나의 손에 넣어주었다. 억지로 되돌려 주려고 해도 받지 않고 해서 볼펜(고급이었음)과 초콜릿3개를 더 주었다. 일본 여학생들도 일본 동전을 꺼내어서 그 어린이에게 주었다.

 

밤이 깊어지자 자기들 소지품에 신경이 쓰이는지 다른 인도인들은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녀들은 자지 않고 밤새기를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11시도 못되어서 둘은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아내가 그들을 깨워서 2층 침대를 내려 주면서 서로 편하게 자라고 하였더니 그때서야 제 잠자리에 들어 자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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