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41. 바라나시(2)

어르신네 2016. 2. 19. 18:17


41. 바라나시 (2) 



2005년 3월 4일 (금) 맑음

새벽에 개 짖는 소리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두 시경에 잠이 깨어 다섯 시 반까지 눈만 감은 채 누웠었다. 잠이 들려고 하면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대는 것이었다.

 

5시 반에 내가 여학생들을 깨워 주겠다고 했는데, 그들이 정확하게 5시 반에 우리방문을 노크하였다.  우리는 일본 여학생과 함께 다샤스와메드 가뜨로 나갔다. 강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침 보트놀이를 하기 위하여 나와 있었다. 우리가 가뜨에 들어서기도 전에 삐끼들이 달라붙는다. 1인당 20루피로 4명이 80루피를 주면되겠다고 생각했는데, 300루피를 달라고 한다.

너희 배는 타지 않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하도 지겹게 따라 붙어서 배를 타지 않고 그냥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왜 타지 않으려고 하느냐? 아침에 여기에 왔으면 배를 타야 한다. 자기 배가 저기에 있다. 그것을 타라.’

나중에 탈 생각으로 일본 학생들을 데리고 되돌아서 계단을 올랐다. 삐끼는 따라오면서 배를 타라고 졸라댄다. 계단을 중간 쯤 올라오는데 여학생 한 명이 자기가 배 값을 다 낼 터이니 300루피를 주고 그냥 타자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삐끼 놈이 우리가 주춤하고 계단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무슨 눈치를 챘던지 우리들 사이에 끼어들어 250에 태워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100루피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너하고는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 저리 가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자기 말만 하면서 250이면 싸다고 하였다.

나는 여학생들에게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라서 값을 흥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조금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삐끼들이 물러나면 배를 타러 가자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앉았었다. 삐끼도 가지 않고 우리가 앉은 계단 옆에서 우리의 눈치만 보고 않았었다. 그 녀석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150에 타자고 다시 흥정을 했더니 고개를 흔든다. 우리 눈치만 보면서 자리를 뜨지 않는다. 여학생들은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타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겨우 200루피에 흥정해서 배를 탔다. 나중에 거리에서 만났던 한국 학생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들은 5명이 100루피에 탔었다고 하면서 4명이면 보통 80내지 120루피는 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삐끼를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사람이 뱃사공이었다.

배들이 뗏목처럼 남쪽으로 행렬을 지어서 갔다. 우리가 탄 배가 남쪽을 향하여 20여분을 가다가 선수를 되돌려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오는데 아침 해가 솟아올랐다. 일본여학생들이 환성을 터뜨렸다.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크고 붉은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른 아침 땅에서 막 솟아난 해가 강물에 닿아 붉은 기운을 서리게 하였다. 강상의 배를 탄 이들이 일제히 일출의 장관에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江上에 떠 있는 배의 수효가 늘어나면서 줄을 이어 남쪽으로 갔다가 북쪽으로 船首를 틀어가는 모습들도 장관이었다. 가끔 뱃전에 고기를 사서 방생하라고 하는 장사꾼들이 달라붙기도 하고 각종 힌두교관련 장식물과 비단을 배에 가득 싣고 와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배는 북쪽 화장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강 중심으로 나갔다가 다시 가뜨 쪽으로  붙어서 내려갔다. 마르까르니까 Ghat 가까이 갔을 때 연기가 피어올랐다. 좀 더 가까이 갔더니 불꽃이 보이고 시신(屍身)의 일부도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사공이 화장장 아주 가까이 대주었다. 두 일본 아가씨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나도 그 참담한 모습을 계속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워서 배를 북쪽으로 몰아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사공은 못들은 척 딴청을 부렸다. 남쪽에서 쉬지 않고 40여분을 노를 저어 왔기 때문에 좀 쉬기 위하여 딴 청을 부리거나 여기서 시간을 모두 보내려는 의도와 함께 우리에게 화장장을 계속 볼 수 있도록 선심(?)을 쓰는 것으로 보였다.

불 속에서 시신의 일부가 장작더미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인간의 삶의 끝이 저런 것이구나.’ 하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저렇게 허무하게 재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터인데, 오늘은 구경꾼이 되어 남의 주검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검 앞에서 엄숙해져야 할 내가 너무 담담하게 그리고 쉽게 현상을 보아 넘기는 것 같다. 삶과 주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성찰하여야겠다. 마니까르니까 가뜨에서 화장하는 것이 구경거리가 아니고 삶과 주검 그리고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숙제를 주었다.


화장터를 구경하고 나왔을 때 아직 10여분이 남아 있었는데 나는 철교 있는 쪽으로 갔다가 올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Two Hour를 더하겠느냐면서 딴 수작을 부렸다. 그런데 일본 여학생이 배에서 내리고 싶다고 하여 바로 배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려 황금 사원으로 갔다. 좁고 지저분한 미로와 같은 골목길을 가는데 일본 여학생들은 방금 소가 길에다가 흥건하게 쏟아놓은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보고 어쩔 줄 몰라서 쩔쩔맸다. 아내는 무엇을 구경하겠다고 이런 지저분하고 좁은 골목으로 사람을 끌고 왔느냐고 나를 타박하였다. 황금사원 가까이 가서 구경하고 가자고 하였더니 ‘황금사원이고 뭐고 정나미가 떨어진다.’면서 구경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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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으로 돌아와서 옥사테라스에서 아침을 함께 먹었다.

일본 여학생들은 오늘 저녁에 기차로 아그라를 가야 하기 때문에 12시에 체크아웃한다고 하였다.

짐은 우리 방에 두었다가 기차시간에 와서 가져가라고 일렀다. 그녀들은 짐을 우리 방에 놓고 우리와 함께 가트 주변을 구경하였다. 가뜨 두변을 돌아다니다가 그들은 어저께 우리를 여관으로 안내했던 일본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면서 그리로 갔고, 우리는 햇볕이 강하고 날씨가 더워서 돌아다니기가 힘들어 여관방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5시 가까이 되어서 우리방으로 돌아왔다. 이틀을 함께 동행했던 터라 두 여학생을 보내는 마음이 착잡했다. 아내도 자식을 객지로 보내는 사람처럼 헤어지는 것을 섭섭해 했다. 그들도 떠나면서 우리의 손을 잡고 한참 놓을 줄 몰랐다. 회자정리란 말을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회자정리............


두 여학생을 보내고 우리부부는 남쪽으로 난 뒷길을 따라가 가보았다. 역시 미로와 같은 길인데 보행자, 오토바이, 자전거, 소 그리고 개가 함께 하는 길이라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 길을 따라서 가노라니 인도 전통 음악 강습소와 요가 강습소들이 많이 보였다. 강습소에는 대게 서양 사람들과 동양 사람들이 수강을 하는 것 같았다. 거리의 벽에 강습 안내 간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마 이골목이 그런 골목인 것 같다. 

 

여관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딸리와  soup를 시켜서 먹었는데 음식이 우리들의 입맛에 맞았다. 저녁에는 밀린 빨래를 도와주었다.

 

 


<원숭이 가족>

낮에 방에 앉아 있는데 원숭이 한 떼가 우리 방 창문에 와서 대롱대롱 매달렸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이 방에 묵었던 사람들이 쇠창살에 와서 매달린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놀라서 창문 쇠창살에 매달려있는 원숭이를 쫓아냈더니 여관 앞집 옥상으로 내려갔다.

앞집 건물의 안주인인 듯한 여인이 먹이를 옥상에 던져주고 갔다. 원숭이들은 여인이 던져 놓은 먹이를 주워 먹고 있었다. 인도인들은 자기 주위에 서식하는 짐승에게도 먹이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집 영감이 나타나서 옥상에서 서성이는 원숭이들을 쫓아냈다. 영감이 마당에 넓은 천을 펴놓고 들어갔는데 원숭이 세끼 한 마리가 내려와서 영감이 펼쳐놓은 천 위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또 천으로 자기 몸을 휘감고 온갖 놀이를 다하고 있었다. 안에서 영감이 나와서 원숭이 새끼를 쫓아내고 엉망이 된 천을 둘둘 말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원숭이들이 돌아다니면서 노는 모습도 또 하나이 볼거리였다.

원숭이 새끼 한 마리가 천을 펴놓았던 곳에 내려가서 주위를 살펴보더니 어떤 물체를 하나 가지고 정신없이 뒹굴면서 장난을 하였다. 안에서 인기척이 나자 원숭이 새기가 지붕위로 달아났다. 영감이 나와서 지붕위를 살피면서 원숭이들을 몰아냈다. 그러나 원숭이들은 주인영감이 볼수 없는 곳에 숨어있다가 또 슬금슬금  옥상으로 나와 집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얼마 후에 여인이 또 옥상을 향하여 먹이를 던져주고 들어갔다.

 

여인은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고 영감은 원숭이를 볼 때마다 쫓아내고, 도무지 그 가족과 원숭이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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