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남덕유산

어르신네 2016. 4. 16. 02:29




남덕유산

2016년 1월 23일(토)

며칠 전부터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오늘도 서울은 최저 영하 13도라고 하였다. 며칠째 계속 이어지는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려 붙여 놓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체가 강력한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난리 통에 무슨 등산이냐는 아내의 걱정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간석오거리 교원공제조합에서 6시10분에 출발하여 9시 40분 경에 영각사 앞에서 도착하였다.. 이렇게 추운 날씨인데도 수많은 등산객들로 인하여 진입로가 붐볐다. 우리 일행은 고산지대의 세찬 바람과 돌풍, 급격히 떨어지는 온도와 눈보라, 산의 눈길, 저체온증, 산상에서 먹어도 괜찮은 식품과 금기 식품 등등에 대한 유의사항과 기타 당부하는 말을 들은 후에 등산 차비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등산로 진입로에 들어섰다. 


입산 진입로를 들어서는 등산객들 

진입로를 들어서면서 길을 덮은 눈을 보니,  산을 오르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높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구름이 눈을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등산로에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았고 산을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기는 하지만 그리 험하고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매표소를 지나 10분 정도 오르면 거기서부터 영각재까지는 급한 경사길이다. 한발한발 차근차근히 등산로를 밟고 올라간다. 등산로 주변은 나무들 사이사이에서 흰눈을 덮어쓴  바위들이 검은 얼굴을 빠꼼이 들어냈다. 바위와 눈이 어우러져 그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히 치솟은 나무들이 산마루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휘청거린다. 거목들 밑에 나있는 작은 갈나무들의 마른 잎들을 바람이 스치면서 지나가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11시 35분경에 드디어 영각재에 올라섰다.

영각재에 올라서서, 한 시간 반 남짓 올라온 가파른 길을 돌아보았다. 아스라이 방금 내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는 쾌감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차가워 디카 사진기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펼쳐질 설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등산의 기쁨이 반감하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스마트폰이 몇 컷을 건져 주긴 하였다.


영각재

산등성이에는 새찬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좌측 전방에 펼쳐진 설산(雪山)의 아름다움이 발길을 더디게 하였다. 영각재에서 남덕유산 정상까지 가는 길에는 험한 바위 길이 많다.

험하고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대개 험하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은 신비롭고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신비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곳이 자연이라면 그런 곳은 대부분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이 남덕유산을 찾은 것이리라.

험한 바위로 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등산로에 철다리를 설치해 놓아 안전하게 등산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산등마루를 세차게 훑어 몰아치는 강풍 때문에 몸을 낮춰 기어서 올라가야 했다. 등성이에 올라섰을 때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바위 봉우리에 올라섰던 등산객의 모자와 목에 둘렀던 머플러를 바람이 공중 높이 날려보내기도 했다.

산등성이 너머로 바람을 타고 날리는 눈보라가 주변의 경관을 환상의 세계로 만들어 놓는 것 같았다. 눈보라 사이로 펼쳐진 산봉우리들이 환몽의 세계, 아니 신비의 세계로 느껴졌다. 오늘 여기 덕유산을 찾아 왔기에 이 절묘한 현상에 환호하면서 이 진귀한 진풍경을 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눈보라는 설산을 신비의 세계로 만든다



환몽의 눈 세계



험산 산마루 바위길



12시 20분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남덕유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면서 이 정상을 정복한 기쁨을 좀 더 누리고 싶었으나, 심술궂은 바람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휘몰아 쳤다. 우리는 바람을 피하여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했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주변경관을 돌아보면서 남덕유산이 베푸는 장엄과 미덕을 배우면서 오래도록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어찌 자연의 엄중한 명령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정상에서 물러나면서 남덕유 정상 팻말을 바라보던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스마트폰도 얼어서 작동을 하지 않았다. 덕유산 장상에서 월성재로 내려가는 눈길과 그 주변의 환상의 눈세계와 하산길에 나타난 여러가지 아름다운 기억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데.....

남덕유산 정상

정상에서 조금 내려 와서 갈람길을 만났다. 갈림길에서 월성재 방향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하산 길은 산등성이로부터 날아온 눈이 많이 쌓였다. 월성재에 이르기까지 눈이 많이 쌓인 급경사길이라서 하산하는 길이 순조롭진 않았다. 앞서 내려간 등산객들이 만들어놓은 눈발자국이, 계속 불어오는 바람이 실어온 눈으로 인하여, 곧바로 그 흔적이 지워져버렸다. 눈이 쌓인 길을 내려오면서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눈에 미끄러져 구르기도 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산과 친숙하였다. 그래서 산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에 험한 산길을 만나면 너머져 구르기도 하였었지만 대채로 그 지형을 잘 이용하면서 다녔다. 아마 어려서 산골생활에서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해 놓았던 잠재력이 발동했었던지 험한 눈길을 무사히 잘 내려왔다.

그러나 정상에서 월성재까지 내려오면서 너무 긴장하였던 모양이다. 늙으면 골밀도가 떨어져서 조심하지 않으면 골절하기 쉽다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괴롭혔다. 높고 깊은 산중의 혹한 속에서 눈길을 헛디뎌 골절하는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눈길을 내려왔다.

월성재에서 황정마을로 내려가는 산길도 녹록하진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길바닥에 깔려있는 눈[雪]이 정상에서 월성재에 이르는 눈길처럼, 내려가는 길을 어렵게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상당히 급한 경사길이다. 우리는 경사진 길을 무사히 내려와서 평이한 산속길로 접어들었다. 긴장의 끈이 조금 풀렸었다. 그래서 나뭇등걸에 앉아서 목을 축이면서 잠시 쉬었다.

산을 오를 때부터 배어나오기 시작하여 눈길과 가파른 경사 길을 내려오느라고 흘린 땀이 속옷을 흥건히 적셔놓았다. 몸에서는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땀이 식어들어가니 몸에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땀이 갑자기 식으면 저체온증이 생겨 몸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머물러서 쉴 수가 없었다. 우리가 쉬고 있는 곳은 아직 깊은 산속이라 영하 10도 이상은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거기부터 1시간 정도 골짜기길을  타고 황정마을로 내려왔다.

오후 4시 10분경. 이렇게 오늘 등산길도 무사히 성공하였다.

오늘 남덕유산을 무사히 완주한 것에 대하여 우선 나 자신에게 감사하고, 길벗산악회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하였다.



하산하여 이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하산 길을 돌아보았다.

오늘 우리의 산행길을 안전하게 운행 해 준 길벗산악회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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