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16년 지리산 등반

어르신네 2016. 6. 20. 21:37

지리산 등반

(2016. 06. 18~19)


2016년 6월 18일 이른 아침에 인천을 출발하여 10시 20분경에 산청 거림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바로 지리산 등산길에 들어섰다. 남부지역부터 장마가 시작한다는 일기 예보에 모처럼 계획했던 1박 2일의 지리산 등반이 무산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지리산 일대에는 비소식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번 등산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 계양산을 오르면서 몸 상태를 점검도 해보고, 고산 등산을 위한 나름대로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내생각대로 몸이 따라줄지,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조심스레 등산길로 접어들었다. 최대한 욕심 부리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면서 등산하는 것을 마음으로 새기면서 한발씩 옮겼다. 가끔 만나는 등산객들이 나의 나이를 물어보고는, “대단하십니다.”라고 격려해주어 용기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젊은이들에게 걱정거리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지리산 등산로는 거림 계곡에서 세석대피소 쪽으로 올라가서 장터목대피소에서 일박하고, 이튿날 새벽에 천왕봉에 올라서 일출을 보고, 중봉과 치밭목대피소를 거쳐 대원사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18일 10시 20분에 거림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오후 2시 가까이 되어서야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등산로 입구에 “지리산 공비 토벌 루트 안내”라는 표지판에 눈길이 끌렸다.  




민족의 영산인 이곳 지리산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장중한 모습으로 한반도의 남쪽에 웅거하여, 우리 민족에게 베풀고 가르치면서 우리 민족을 보듬어 온 산이다. 근대에 와서는 6.25라는 전대미문의 민족 비극의 역사를 지리산은 산자락마다 새겨두고, 우리들에게 엄중한 경고로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 힘을 기르라고 겨레를 단련시키면서 우리의 미래를 지켜보고 있다.

 


거림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쉽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순탄한 길 같았다. 그윽한 숲길로 들어서자 신선하고 상큼한 신록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가 마음과 몸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울창한 숲길, 갖가지 나무들이 드리워준 그늘 길을 따라 오르고 또 올랐다. 11시 45분경에 북해도교를 건너서 잠시 쉬었다. 우리는 북해도교 아래에서 내려가서 계곡을 타고 시원한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물소리로 더위를 식혔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 작은 지류를 건너는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너고, 이렇게 하여 1시 30분경에 세석교가 있는 곳까지 올랐다. 세석교 주변은 아늑한 휴식공간처럼 이루어진 곳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물이 흐르는 개울 안쪽과 가장자리에 자연석들이 알맞게 배치되어 있다.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위에 올라앉아 그동안 올라오느라고 힘들었던 것도 잊은 채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즐거움이 고조되어 표정들이 밝아 보였다.


세석대피소에서의 점심식사

이정표 -세석대피소-


우리가 세석대피소에 도착한 것은 2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장터목대피소를 향하여 길을 재촉하였다. 세석대피소 바로 위에 고산 습지를 지났다. “세석평전의 습지는 수만 년 전에 지리산이 생겨나고 침식이 되는 과정에서 경사가 급한 산에 평탄한 지형이 생겼다. 이곳에 오랜 세원동안 지속적으로 물이 모여 들면서 습지가 생성되었다. 야생동물들에게 마실 물을 제공해주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생명의 원천이 되었다.”<세석평전의 -표지판-> 세석평전의 습지는 지리산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작은 부분이라도 세심하게 살피고 거기에 또 다른 우리의 보배가 될 수도 있고 자랑이 될 수도 있고 교훈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놓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습지 지대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덩그런 바위덩어리가 하늘 가운데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암봉(巖峯)이 보였다. 거기가 촛대봉이었다. 이년 전(2014)에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세석대피소에서 일박하고 새벽에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하는 바람에 촛대봉 옆을 지나면서 그 진상을 보지 못하여 무척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촛대봉을 볼 수 있었다. 촛대봉에는 우리보다 앞선 사람들이 이미 선점하여 한껏 즐거워하고 있었다.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과 촛대봉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멋진 풍광을 만들었다.


연하봉에서


촛대봉에서 내려와 다시 연하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길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막길을 만나기도 하였다. 지금쯤은 지칠 때도 되었는데 오늘의 종착지인 장터목대피소가 가깝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숲속 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후 5시 30분경에 오늘이 종착지인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몸에 피로가 엄습해왔다. 역시 나이는 막을 수가 없는 것처럼 늙음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일을 위하여 몸을 잘 다스려 기운을 차려야 한다. 다행히 일행의 어느 한 분이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하여 거하게 저녁식사를 하였다. 오늘 저녁의 알차고 푸짐한 식사 덕분에 한결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유선생님의 오카리나 연주가 있었다. 산상에서의 연주는 그야말로 낭만의 극치라는 느낌에 빠져들었다.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까지 곁들인 멋진 등산이라서 마음이 너무나 흐뭇하였다. 오카리나 연주가 끝나고 지리산에서의 일몰을 구경하려고 하였으나 구름이 방해를 놓았다. 그러나 석양 무렵의 지리산 풍광을 음미해보려고 날이 어두울 때까지 지리산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정상 바로 아래에서 이 밤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는 것에 스스로 감격하여 오늘 저녁에는 잠이 제대로 올 것 같지 않았다.








장터목대피소에서


19일 새벽 4시, 천왕봉 등정을 위하여 출발. 지난 밤 초저녁에는 깊은 잠에 빠졌었으나 2시 30분경에 잠이 깨어 눈만 감고 있다가 짐을 챙겨서 4시에 바로 천왕봉으로 향하였다. 짙은 안개로 지척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헤드라이트에 의지하여 가파른 돌계단과 석경(石逕)을 정신없이 오르니 하늘이 언뜻언뜻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고사목 지대에 이르니, 구름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을 하얗게 덮치기도 하였다. 제석봉을 지나면서부터는 구름이 발아래에서 움직일 뿐 우리가 오르는 길을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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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봉 통천문을 지나 이번 등산의 하이라이트, 드디어 5시 5분에 천왕봉 등정.

지리산 정상 천왕봉에서는 지리산 전체가 한 눈에 다 들어오는 것 같았다. 물론 운해로 인하여 지리산 전체를 또렷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운해 위로 나타난 산봉우리들만으로도 지리산의 장대함을 능히 헤아릴 수 있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그 웅대함. 산자락에 드리워진 저 운해, 어느 천재화가가 수묵화를 쳐 놓은 것 같았다. 아무리 보아도 지칠 수가 없었다. 천왕봉에 올랐으니 인증 shoot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후 언제 여기에 또 올 수 있겠는가? 사실 내 76세의 나이에 이곳 천왕봉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여기에 오를 수 있는 건강을 지켜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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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천왕봉에서 중봉으로 향하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렸지만 오래지 않아 곧 걷힐 것 같은 구름들이었다. 산마루를 타고 내려가는 좌우 경관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구름 덩어리들이산자락을 훑어 올라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 장관의 모습들이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곤 하여 가는 길이 자연 더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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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서


중봉 써리봉을 지나 8시경에 치밭목대피소에서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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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30분 치밭목대피소에서 대원사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이제부터는 숲에 둘러싸인 내리막길에 들어서서 다른 어떤 경관도 보이지 않았고 대원사를 향하여 걸어가기만 했다. 대피소에서 계단을 타고 한참 내려가다가 계단이 끝난 곳부터 시작되는 돌밭 길을 앞만 바라보고 가느라고 무제치기폭포 옆을 지나면서도 폭포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쳤다. 골이 깊고 나무가 울창하여 경관(景觀)도 지리(地理)도 느끼지 못하고 앞으로 난 길만 바라보고 걷고 또 걸었다. 무제치기 폭포를 지나서 어느 정도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다가 산 중턱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길이라서 그런지 좁은 숲길을 뚫고 나가는 험한 길이라서 안전에 신경을 써야 했다.






산 중턱의 험로와 계단을 타고 오르고 내리기를 거듭하여 10시20분에 유평으로 넘어가는 이정표가 세워진 고개에 도달하여 쉬었다. 치밭목에서 이곳까지 내려오는 길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에는 특별한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굉장히 어려운 등산길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일행이 함께 하는 등산이라면 몰라도 혼자하는 등산길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약 1시간 더 내려오니 첫 민가가 나타났다. 이렇게 하여 이번 지리산 1박 2일의 등산은 끝을 맺었다. 우리는 이 첫 민가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 민가에서 대원사까지 30분 유평탐방지원센터까지 30분, 총 1시간을 걸어서 가야 한다. 이 민가가 있는 계곡은 대원사계곡인데 여기서 걸어서 유평탐방지원센터까지 가는 길의 경관도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지쳐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제공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주차장에 왔다.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에 길옆이 있는 대원사에도 잠깐 들려 돌아보았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계곡이 울창한 숲과 함께 아름답게 보였다.



지리산 천왕봉을 올랐다는 뿌듯함이 얼마간 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 나에게 이런 일 얼마나 더 생길지?

늙었다고 뒷짐지는 행동하지 말고, 그렇다고 꼴사납게 설쳐대지도 말고, 더욱이나 빌빌대는 모습 보이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미루지 말고 즉시 해결하고, 단정한 몸가짐과 바르고 고운 말로 영감의 품위도 지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겸손하게 내 삶을 보듬어가자...

등산은 내 생활의 활력소이다. 꾸준히 등산을 계획하고 실천하자. 무리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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