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8. 24(화) 흐림 비
오랜만에 큰 산을 등산하는 날이다. 오늘은 전에 계획하여 놓고, 여러 사유로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던 오대산 산행을 한 날이 다. 비록 산행 거리는 편도 3.3km밖에 안 되는 코스이지만 높은 산이고 날씨가 궂어서 큰 비를 만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인천에서 오대산에 가려면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에서 강릉시나 동해시로 가는 KTX를 타고 진부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리고 상원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상원사 앞에까지 가서 등산을 시작하면 된다.
나는 서울역에서 07시에 동해시(東海市)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하여 이른 아침 5시에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계양역에 가서 오늘 같이 등산할 일행들을 만났다. 계양역에서 공항로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가서 동해시행 KTX를 탔다. 서울역을 출발한 KTX는 서울을 벗어나 팔당을 지나면서 푸른 산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가 우리들의 마음을 깨끗한 세계로 물들여 놓았다. 시원스레 내닫는 열차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도 자꾸 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늘 하루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마음으로 간절히 기원하였다. 일기예보에 남쪽지역은 호우주의보를 내렸는데 중부지방은 5~20mm라고 하였다. 그러나 국지적으로 호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성 예보가 자꾸 마음을 괴롭혔다. 열차가 횡성을 지나 산악지대를 달리는 동안 산봉우리 중턱 아래까지 내리덮은 구름이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그러나 차창 밖에서 비는 내리지 않았다. 8시 50분경에 진부역에 도착하였다.
진부역에서 상원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진부역에서 또 산행을 같이 할 일행 한 분이 합류하였다. 그래서 오늘 함께 등산하는 사람은 모두 4명이 되었다. 버스가 월정사에 가까워지자 하늘을 가린 숲길이 이어지고 도로 옆 계곡에서는 제법 많은 양의 물이 힘차게 흘러내렸다. 우리는 버스가 깊은 산속을 파고 들면서 상큼한 자연이 도시의 공기에 찌들어 시달려 온 우리들의 폐부를 말끔히 씻어 내리는 듯했다.
드디어 9시45분경에 버스 종점인 상원사 앞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노천에서 김밥을 한 줄씩 나눠들고 간단히 아침식사로 대용하였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심술인가? 심상찮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우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다른 산행꾼들도 버스 정거장 부근을 서성이면서 심상찮은 빗방울을 걱정하고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빗방울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산행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10시 10분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계곡을 따라 납작한 돌을 평평하게 깔아놓은 길을 20여분 걸어올라 가서 적멸보궁과 오대산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났다. 이 계단 길은 적멸보궁과 오대산정을 오르는 길이었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가 오대산과 적멸보궁으로 갈라지는 곳까지는 잘 만들어놓은 시멘트 계단 길(약 800m)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 빗방울이 듣다가 그치고, 듣다가 그치기를 수차례 반복하였다. 한때 굵은 빗방울이 우리를 놀라게 하였으나 곧 그쳤다. 그 후 대체로 내리는 빗방울이 가늘어졌다. 우리가 오대산 비로봉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날씨만 흐리고 비가 그쳤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우중 산길은 힘들었지만 심산의 울창한 숲과 산허리를 감도며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하얀 구름뭉치는 내가 지금 신선세계에 들어온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우리나라에 다섯 곳에만 있다는 석가모니 진신 사리 보관 불사인 적멸보궁을 들렀다. 우중에도 불자들의 정성스런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적멸보궁을 돌아 나와서 계속하여 비로봉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했다.
적멸보궁을 출발하여 40여분 남짓 지나서부터는 가파른 계단 길이 나타났다. 돌계단과 나무계단으로 이뤄진 길인데 급격히 경사도가 높았다. 급격한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의 표지판에 정상 비로봉까지의 거리는 400km라고 안내해 놓았다.
우리는 가장 힘든 구간이 시작되는 곳에 와 있는데, 서울에서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타고 왔던 다른 일행인 젊은 사람들은 정상을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기동성과 씩씩한 그 기상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들은 정상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비를 피할 곳이 없어서 바로 하산한다고 하였다. 비가 쏟아졌다는 말에 경사로를 오르는 우리의 발길이 무디어졌다. 여기까지 와서 비가 온다고 정상에 오르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기운을 내서 계단 길을 차근차근히 디디고 올랐다. 그런데 내가 정상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갑자기 하늘이 환하게 열리는 것 같았고 바람이 구름을 멀리 몰아가서 인근 산봉우리들이 언뜻언뜻 나타났다. 그러나 갑자기 바람이 몰아온 거대한 구름들이 주위의 산봉우리들을 송두리째 삼키고 말았다.
드디어 오대산 정수리 비로봉에 도착하였다. 12시 20분이었다. 그때까지 흩날리던 빗방울은 완전히 멈췄다. 상원사 앞 버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3.3km 오르는데 소요된 시간은 2시간 10여분 남짓하였다. 참으로 감개무량하였다.
지난 해 가을 도봉산에 한번 오른 후엔 산행다운 산행을 해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용기를 내어 오대산 산행에 참가하였었다. 2시간 10분여의 산행이었으니 거리상으로는 그리 긴 산행이 아니었다. 하지만 근래에 이만큼 큰 산을 오른 일이 없었고 또 앞으로도 그리 쉽게 높은 산을 찾기는 많지 않을 것 같기에 오늘 오대산을 오른 느낌은 무어라 형언하기 어렵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구름이 온 산을 덮어서 주변 경관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가지면서, 그래도 1,563m의 고지 오대산에 올라왔다는 뿌듯함은 무엇에 비길 수 없다. 그건 산의 정상을 밟아 보았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다. 내 뒤에 오던 일행은 나보다 20분 후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일행 중 84세인 현 사장은 난생 처음으로 1563m 고지에 올라보았다면서 어린이처럼 마냥 싱글벙글하였다. 그만한 연세에 이 높이의 산을 오르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다.
하여간 우리는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구름의 방해로 주변경관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가지고 정상 주위를 한동안 배회하였다. 그리고 인천으로 돌아갈 KTX의 부전역 출발 시간을 고려하여 아쉬운 하산 길에 들었다.
한편 우리는 오대산을 정복해냈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하산하는 길이 즐거웠다.
그리고 하산할 때 우리는 적멸보궁을 지나 중대사까지 내려와서,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지 않고 중대사에서 상원사로 직접 통하는 길로 바로 내려 가서 상원사를 잠깐들렸었다. 이어서 버스를 타고 진부역에 가서 KTX로 서울로 돌아왔다.
관대걸이
관대걸이 : 관대걸이는 조선 초 세조가 피부병 치료를 목적으로 상원사로 오던 중 계곡에서 목욕을 할 때 의관을 걸어둔 곳을 기념해서 후대에 만든 표지석으로 다음과 같은 문수동자와 제조의 전설이 전해 집니다.
세조가 상원사 앞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 동자승을 만나 등을 밀게 하고는 "어디 가서 임금의 목체를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니 동자승은 "임금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며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이후 세조는 피부병이 완치되었고 그때 만난 동자승을 나무에 조각하였으며 이 목각상이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입니다.<출처 : 안내 표지문>
드디어 상원사 입구에서 오대산을 향하여 등산을 시작하였습니다.
상원사 앞 계곡의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계곡수
상원사 앞 계곡의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계곡수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이 시작되는 곳
우리 일행은 상원사에서 중대사로 통하는 길로 가지 않고 계곡을 따라올라가는 길로 가다가 적멸보궁으로 난 계단길로 올라갔기 때문에 좀 먼길로 돌아서 올라갔다.
불상을 모시지 않는 법당 "적멸보궁"
적멸보궁의 적멸 : 번뇌의 불꽃이 꺼져 고요한 상태 즉 열반의 경지에 이름을 말하고, 보궁은 보배스러운 궁전을 의미하므로 적멸보궁이란 곧 부처님의 지닌사리를 모시는 궁전이란 뜻입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법당 안에는 따로 불상을 조성하지 않고 불단만 설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월정사 적멸보궁(月精寺寂滅寶宮)(Woljeongsa Jeongmyeulbogung) 대한민국 보물 제 1995호(Gangwondo Tangible cultural Property) 소재지 : 강원도 평창면 진부면 동산리 적멸보궁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의 법당을 일켣는다. 태백산 장암사와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오대산 월정사의 적멸보궁 등 강원도 네 곳과 경남 산산 영취산의 통도사의 적멸보궁을 합하여 5대 적멸보궁이라 한다. 월정사 적멸보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오면서 석가의 진신사리를 가져와 오대산에 봉안하고 이 보궁을 창건하였다. 현재의 건물은 낮은 한 단의 기단 위에 정면 3간, 측면 2간의 궁으로 단층인 팔작지붕의 겹처마 지붕이다. 건물 전면의 중앙에만 두 짝의 관문을 달고, 좌우측에는 중방을 설하고 협간 아래는 판벽을 하고, 그 위에 띠살창을 한 점이 특이하다. 이 건물은 그간 조선시대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어 왔으나, 최근 건물의 내부의 구조에서 15세기 후반 양식의 다포와 고식 단청, 배흘림기둥 등의 특징이 조사되어 조선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적멸보궁은 보통의 법단과 달리 질간와 속간이 벽으로 구분된 겹집의 형태라는 사실이 보고되어 있다. (Jeongmyeolbogung is the sanctum of the Temple. The Sarira of the Buddha were placed here. Jeongmyeolbogungs in Ganweon Province at Jeongamsa Temple, Mt.Taebacksan: Bongjeongam Temple, Mt.Seoraksan : Beopheungsa Temple, Mt. Sajasan : and Woljeongsa Temple, Mt. Odaesan, and one in Tongdosa Temple, Mt. Yeongchwisan in Yangsan, Gueongnam Province are regarded as the five greatest Jeokmyeolbogungs in Korea. Legend says that the Buddhist monk Jajangyulsa brought back the Sarira of the Buddha when he return from China. He enshrined them in this Jeokmyeolbogung and established Woljeongsa Temple. The legend survivesand Woljeongsa Temple is revered as a resting place of Buddha remains. The single-storied building with a Paljak roof was constructed on a single low podium and has three rooms at thefront and two rooms at the sides. Two doors are at the center front of the building and Jangbang can be seem on either side. This Jeongmyeolgung is in the Dapo style of the late 15th century or early in the Joseon Dynasty period. Painting, pillars with entasis also indicate this construction time. Although the style is typically joseon it is not typical of Buddhist Sanctums.)
마애불탑 - 적멸보궁 법당 바로 뒷켠에 있습니다.
적멸보궁 법당 안의 불단(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고 불단만 조성되었습니다)
적멸보궁까지 잘 만들어놓은 시멘트 계단길에서 벗어나 이런 산길을 따라 오대산 정상으로 올라갑니다. 물론 오르는 코스에 따라 나무 계단과 돌계단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산을 오르다가 생길 수 있는 심혈관질환 발생시 심폐소생술 순서를 안내한 간판임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가파른 경사로가 시작된다. 오르는 길이 돌계단과 나무 계단으로 이어집니다.
오대산 비로봉에 닿는 마지막 계단입니다.
드디어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하였습니다. 상원사 입구에서 10시 5분에 출발하여 비로봉 정상에 도착한 것은 12시 22분이었습니다. 일행은 훨씬 뒤쳐져 모두 40분 후에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원래 비로봉에서 상왕봉을 거쳐 내려가려던 계획이었으니 등정 시간이 많이 지체하였기 때문에,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80대 중반의 대원이 사력을 다해 드디어 정상을 정복하였습니다. Great! Great!!
다음 사진들은 상원사입니다.
내려와서 잠간 상원사를 들렸습니다.
상원사
상원사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3.01 문수산성(文殊山城) (0) | 2022.03.06 |
---|---|
2018.03,29 해남 달마산 (0) | 2018.03.30 |
이천 저명산 (0) | 2018.03.10 |
포천 한탄강 둘레길 (0) | 2017.12.09 |
장흥 천관산 (0) | 2017.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