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 강에서 슬로보트를 타고
2009년 3월 6일(금) 맑음
뤠이싸이의 아침은 정말로 청청(淸淸)하다. 정신도 상쾌하다.
훼이싸이는 태국의 북부 지역에서 라오스로 입국하는 관문으로의 구실을 톡톡히 한다.
현지인들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외국인이 많다.
그들의 대부분은 라오스의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임시로 하루 정도 묵었다 가는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이곳의 풍치가 좋아 장기간 눌러앉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10시까지 포구에 가서 승선해야 한다기에 9시 경에 홀로 내려가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어저께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녀석이 오토바이로 선착장으로 갔다. 꽁짜로 태워주는 줄 알았더니 20B를 요구하였다.
내가 배에 오르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선원이 다가와서 선착장 위쪽 건물을 가리키면서 무슨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멀뚱하게 쳐다만 보고 있으니까 여권과 승선권을 달라고 하여 보여주었더니, 손에 들고 있는 여권과 승차권을 빼앗다시피 하여 가지고 언덕으로 뛰어 올라가는 게 아닌가?
나는 당황하여 배에서 뛰어내려 그의 뒤를 따라 뛰어 올라갔더니 어떤 건물 앞에 가서 멈취 서면서 올라오지 말라고 손짓을 하였다.
내가 승선절차를 밝고 오지 않아서 그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도로 배에 가서 기다렸다. 배에 탔던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조금 있다가 선원이 패스포드와 승선권을 가지고 돌아왔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고 멋쩍게 인사를 했다.
강 건너 태국의 치앙콩에서 넘어오는 승객들 때문에 11시가 지나서 배가 출발하였다. 치앙콩에서 넘어온 승객이 더무 많아서 내국인들을 다른 배로 이동시켰다.
그래도 자리가 모자라 뒷 공간에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강 양안은 대부분 산이 높이 솟아 하늘을 막았다.
지금은 건기라서 수량이 줄어 강바닥으로부터 돌출한 기묘한 바위들이 여러 가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강 양안 여기저기에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고기를 낚거나 멱을 감는 모습,
아이들이 떼 지어 나와서 지나가는 승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아름다운 모습,
조각배로 짐을 나르거나 사람을 태워 이동하는 모습,
간간히 스피드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옆을 지나가기도 하고.......
메콩 강의 일몰도 아름다운 풍치를 만들었다.
뒷좌석에 앉아 있었더니 앞쪽에 앉은 사람들 가운데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모두 내 옆에 와서 흡연을 하고 돌아갔다. 또 옆과 앞에 앉은 녀석과 젊은 여인들이 끊임없이 담배를 물고 있어서 괴로웠다. 내가 하도 괴로운 표정을 지었더니 앞의 녀석들은 조심하는데 옆에 앉은 덴마크 녀석은 연신 맥주를 마시면서 연기를 뿜어냈다. 술 마시고 있는 녀석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7시가 되어 어둠이 내린 다음에야 팍 맹에 도착하였다. 호객꾼을 따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하룻밤은 그런대로 묵을 수 있는 방에 200B에 들었다. 그런데 라오스 물가가 생각보다 비쌌다. 저녁밥을 시키는데 2만킵을 주어야 먹을 만하였다. 라오스에서의 지출비용을 잘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이곳 팍맹은 라오스에서도 오지인 것 같다. 시간이 있으면 여기서도 하루쯤 묵었다가 가고 싶었다. 강 양안의 산들이 높고 강폭이 좁아서 이곳에서 하루쯤 주위를 돌아보면 괜찮은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라오스에서는 시간에 쫓길 가능성이 있다.
만약 라오스에서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비엔티안에서 태국의 농카이로 돌아갔다가 다시 라오스로 들어오는 방법도 생각해 보아야겠다.
2009년 3월 7일 (토) 맑음
공기가 맑은 곳이라 그런지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개운하였다. 새벽 네 시에 잠이 깨었는데 정전(停電)이 되어서 눈만 감은 채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렸다. 닭이 우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창문을 가린 커튼을 들어 밖을 내다보았더니 캄캄한 원시의 세상, 캄캄한 암흑의 세상이었다.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으니 그야말로 지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문명에 길들여져 이토록 옛날을 망각하고 있는가? 어쩌면 순수하고 신선함이 깃든 곳이다.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이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치앙마이 고산족 마을에서 하룻저녁 묵었을 때는 하늘에 밝은 달빛 아래에서 노래하면서 늦도록 앉았다가 잠자리에 들어가 날이 훤히 샌 다음에 일어났기 때문에 오늘 새벽의 암흑세계에서 받은 것과 같은 충격은 없었다.
캄캄한 새벽에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감지가 되지 않으니 이런 답답함이란.........
그러나 날이 샌 후 밖으로 나오니 전기불이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던 새벽에 가졌던, 백지처럼 모든 것이 순수할 것이라는, 느낌은 달아나고 약아빠진 장사꾼들의 몸짓이 팍 맹의 아침 분위기를 주도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꾼들의 장소를 벗어나서 마을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게스트 하우스와 레스토랑이 끝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조그마한 야시장이 있었다.
즐비한 가게 앞 길가에는 흙바닥에 보자기를 펴놓고 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팔려고 나온 아낙네들이 많이 보였다.
시끌벅적한 야시장은 현지인들의 질박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다.
승선(乘船) 시간 때문에 야시장에서 오래 머물러 돌아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아침을 서둘러 사서 먹고 야시장에서 바나나 한 다발을 사들고 짐을 챙겨 포구로 나가 배에 올랐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안락의자를 거의 다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마침 안락의자가 한 자리 남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영감이 부인과 같이 앉으려고 자리를 바꿨는데 내 옆 자리로 옮겨 앉은 여인은 그저께 치앙마이에서 치창콩까지 올 때 같은 버스를 타고 왔던 맥시코 출신 미국인이었다. 그녀의 몸도 왜소하고 나도 왜소하여 앉는 자리가 편안하였다.
뒷자리에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왔다는 영감내외가 앉았는데 모두 거구의 몸집이라 자리가 좁아 보기에도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아주 유쾌한 분들이었다. 그들의 여행지가 나와 비슷하여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는 나의 손을 잡고 연신 흔들었는데, 그 손이 얼마나 크고 두터운지 그의 손 안에 들어있는 내 손은 아기 손처럼 보였다.
저녁때에 루앙 프라방에 도착하여 여관에 짐을 풀고 식당을 찾아 들어갔더니 거기에서 이들 부부를 또 만났었다. 그들은 백년지기를 만난 것처럼 나를 반겨 주었는데, 거구의 노부부의 그 모습은 천진스러웠다.
메콩강상(上)에서 스로보트를 타고 이틀 낮을 보내는 동안 지루한 것을 느끼지 않았다.
중상류 지역에 있는 이 메콩 강은 높은 산간의 협곡을 따라 도도히 흘러가는데 물살이 매우 빠르다. 지금은 건기(乾期)라서 강물이 줄어 거의 모든 지역 강변이 모래 언덕을 이루었고, 물결에 깎이고 파여 기묘한 형상을 한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물위로 얼굴을 내밀어, 지나가는 우리가 심심하지 않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안개와 연무 때문에 먼 곳의 풍치에까지 시야가 미치지 못하였고 햇볕이 엷었다. 그러나 옅은 햇볕이지만 그 열기만큼은 강하였다.
오늘 우리가 타고 온 배는 어저께 타고 왔던 배가 아니었다. 어저께 타고 온 관광객들이 거의 빠짐없이 탔을 텐데 어저께보다 자리가 넉넉하였다. 어저께 뒷좌석에서 좀 소란을 떨던 덴마크 정년들이 오늘은 조용하였다.
메콩 강변의 라오스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약간씩 보이는 것 같았다.
사금 채취를 하는 사람들, 어망으로 고기를 낚는 사람들, 강가에서 빨래하면서 멱을 감는 사람들, 아이들이 발가벗고 모래 위와 물속을 드나드는 순박한 모습들이 보였는가 하면 소들이 더위를 식히려고 강물에 몸을 잠그고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오늘 우리를 태우고 가던 배가 여러 곳의 포구에 들려 현지인들을 내리고 태우고 하였다. 포구에서 배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짐을 운반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끈으로 짐을 매어 머리에 매달아 등에 짊어지고 가는 모습, 기다란 막대기 양쪽에 보따리를 매달아 어께에 걸머지고 걷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저녁 7시경에 루앙 프라방 포구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내려 여관을 물색하다가 Sarika Guest House에 들었다. 아주 후진 여관인데 주인이 얼마나 사근사근하고 온순한지 방이 후진 것을 보충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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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출발하기 시작하다
옆에서는 노를 저어 상류로 오르는 조각배를 만나기도 하고..........
덴마크 여인들
첫날 일몰이 시작되고
하루 쉬어간 팍맹의 여관집
팍맹의 아침 시장
팩맹에서 이튿날 다시 배를 타고
강가에 나온 사람들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왔다는 영감 부부
미국 뉴맥시코에서 왔다는 Leen이라는아가씨
소용돌이
강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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