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짱(Nha Trang)
2009년 3월 28일 (토) 맑음
아직 어둠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시간인데 버스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동녘이 트고 있었다. 운전기사와 조수들이 차 안팎을 분주하게 오르내렸다. 밖을 보니 자동차 바퀴에 문제가 생겼던 모양이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30분 이상 지체했다. 좌측 높은 산이 보였고 들판을 지나 작은 언덕으로 내려서니 내륙으로 들어온 그림같은 만(灣)이 나타났다. 더욱이 아침 바다는 더 신비로움을 풍긴다.
나짱은 해안 도시이다.
새벽에 나짱 시내를 들어서며본 풍경
그저께 훼에서 호이안으로 가던 중간에 있는 큰 도시 다낭에도 큰 산이 있고 해안 풍치지구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버스에서 내려 해변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가졌었는데 이곳 나짱(나트랑)은 그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이곳에도 월남전에 참가했을 때 국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북쪽 산간지역은 베트콩의 전략지역으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우리 국군을 괴롭혔을 것 같고, 우리 국군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항상 감시와 힘든 작전을 펼쳐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짱은 다낭과 마찬가지로 아주 평화롭고 활기차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만날 수 있다.
나짱에 아침 8시경에 도착하였다. 한국인이 경영한다는 여관을 찾아갔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문을 닫았다. 허탕치고 다시 여관 밀집지역으로 내려가다가 5$짜리 게스트하우스에 들었다. 5$자리로는 괜찮았다. 여관에 짐을 풀고 의자에 앉아 있으니 머리가 어찔하였다. 아마 지난 밤 차를 타고 오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
아침 식사를 하러 음식점 몇 곳을 둘러보았더니 60,000동 이하가 별로 없다. 엄청 비싸다. 그래서 빵집에서 빵 두 개 사가지고 들어왔다. 오전에는 여관에서 쉬었다. 점심에 누들을 먹었는데 4만동인데 맛도 없고 양도 적었다.
여관이 여행사도 겸하기에 내일 보트 투어와 사이공으로 갈 sleeping Bus를 예악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한참 헤맸다. 영수증을 달라는데 딴전을 부렸다. Voucher라고 연필로 써주니까 그때야 영수증을 내어놓았다. 몰라서 그러는 것이지 능청을 떤 것인지? 하여간 돈을 지불할 때에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생각해서 꼭 영수증을 챙겨두어야 한다.
해변으로 갔다. 기묘한 탑이 보여 갔더니 그 안에 여행사가 들었다.
기념탑?
지도상에는 그 위치에 전승 기념탑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알 수가 없었다. 해변이 천혜의 경관을 이루었다. 해변도로가 깨끗하고 해변의 건축물들도 무게가 느껴졌다. 박물관, 대형 호텔, 연구소, 오페라 극장 등 묵직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해변은 모래사장이 길게 잘 발달되었는데 모래사장의 폭은 좁은 편이다. 해변과 도로 사이는 공원을 조성해서 공원의 숲 속을 많은 시민들이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음식점들도 있다.
나짱 해변 공원
해안을 따라 파스테르 연구소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기념 조형물이 있는 곳으로 왔다갔다 2회 하였다. 걸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젊었으면 물로 뛰어내리고 싶었으나 나무그늘로 바닷바람이 불어 시원하였고,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도 만족하였다.
서양 사람들은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으며 현지인들도 남녀노소가 해수욕을 즐기기도 하고 바닷바람을 쐬기도 하였다.
해수욕장
해가 지기전에 재래시장인 담시장(Dam Market)을 둘러보았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진지하고 열심인 삶이 스며있어서 아무리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오징어포, 건새우 등 우리나라의 어느 재래시장에나 다 있는 것들을 여기서 또 보니까 반갑다. 시장 바닥에서 누들 국수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담 시장
파스테르 연구소 앞 대로로 나와서 여관을 향하여 가는데 어떤 놈이 내 옆에 바짝 다가와서 자꾸 시비를 걸어왔다. 소리쳐서 물러나게 했다. 파스테르 연구소 앞은 인적이 드물고 가로등도 약간 어두운 편이었다.
외국에서는 밤이나 후미진 곳으로는 다니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파스테르 연구소 부근
2009년 3월 29일 (일) 맑음
아침을 노점에서 해결하였다. 값은 싸고 맛도 괜찮았다.
8시경에 나짱의 포구가는 봉고차를 탔다.
배에 오르는데 한국말이 들려왔다. 젊은 여인 3명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여행에 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았다.
나짱!
이렇게 천혜의 자연자원을 가진 곳이다. 그래서 여행객이 이렇게 많이 몰려오는 것 같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한 모래가 해안을 따라 길게 6k이상 이어졌고, 바다 가운데는 그림 같은 섬들이 있어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흐뭇하다. 우리나라 동해안의 어떤 해안의 아름다움에 못지않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데 바다 위에 육지와 섬을 이은 케이블카가 바다 위를 가로 질러 오갔다. 흰 색으로 산 중허리에 VINPEARL이라고 쓴 섬과 나짱 시 외곽지대를 이어놓은 케이블카이다.
육지와 섬을 오가는 케이블 카
VINPEARL이란 곳이 나짱의 관광명소로 개발된 것 같다.
배가 처음 도착한 곳은 해양관이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어류들이라 신기하였다. 설명을 모두 읽을 수도 없고 사진에 그 모습을 담아서 기억해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바다의 한 부분을 막아 놓은 곳에 있는 희귀한 대형 어류들도 볼 만하였다. 그러나 해양관의 관리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다.
섬 속에 있는 해양관
해양관에서 다시 30여분 이동하여 스노클링(snorkelling)하는 곳으로 갔다. 바다 입수비(入水費) 40,000동을 냈다. 바다가 깊고 물이 맑기는 하나 물고기는 많지 않고 또 그 종류도 몇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놀이하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스노클링 장비가 시원치 않아서 오랫동안 물에 머물지 못하고 나왔다.
나짱 앞 바다의 섬들
젊은 사람들과 어린이들은 마냥 즐거워하였다.
그 중에 한 서양 여인과 그녀의 딸 2명은 특히 나의 시선을 끌었다. 구명조끼를 입은 어린 여아가 물에 들어가기를 겁내니까 강제로 바다로 밀어넣고 뒤따라 자기도 물에 들어가서 아이가 스스로 엄마에게 다가 오도록 하였다. 아이가 엄마에게 다가가면 더 멀리 달아나고 그렇게 하기를 거듭하는 동안 처음에는 여아가 울고불고 야단이더니 나중에는 아이가 엄마와 언니랑 장난하면서 물놀이하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배위에 올라와서 바다로 점핑을 하는데 그 꼬마도 따라하는 게 아닌가! 서양 사람들은 저렇게 강하게 아이들을 키우는구나.......
나도 좀 더 젊었더라면 저렇게 신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을 터인데.....
선상에 점심식사를 근사하게 차려놓았다. 바다에 들어갔다가 배에 오르니 진수성찬이었다. 여행하면서 이렇게 맛있게 골고루 먹어 보기는 처음이다. 모두 걸귀(乞鬼)들처럼 잘도 먹었다. 물질하고 나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선상에서 점식 식사가 차려졌다.
성찬이 끝나고 노래마당이 벌어졌다. 선원들이 악기도 잘 다루고 노래도 잘 하는 소리꾼들이었다. 처음에는 자기들이 모두가 잘 알만한 노래를 몇 곡 부르더니 여행객을 하나씩 불러내어 그의 국가가 어디냐고 묻고는 그 사람 국가의 대표적인 민요를 선원들이 선창하면서 함께 부르게 하고 춤까지 곁들여 흥을 돋웠다. 한국 젊은이를 불러내어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한국 춤도 추었다. 미국노래, 노르웨이노래, 오스트레일리아 노래 등을 부르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선원들이 아니라 나짱 시의 관광홍보 요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원 악단의 연주
국가별 노래자랑
스노클링도, 성찬과 유흥도 끝나고 다음 포도주 파티가 수영장에서 이루어졌다. 선원 한 명이 작은 보트에 포도주를 싣고 미리 바다 가운데로 들어갔다. 이어 여행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포도주를 마시게 하는 놀이였다. 너도나도 포도주를 받아 마시러 물에 뛰어들었고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입히고 고무보트를 주고는 바다로 밀었다. 모두 비명이 아닌 즐거움의 한바탕이었다.
포도주 파티가 끝나고 이동하여 작은 섬으로 갔다. 섬에 내려 선상에서의 피로도 식힐 겸 휴식하기 위해서 들린 것이라 하는데 입도비(入島費)를 내야 했고 들어가서 장사꾼의 물건도 팔아주는 곳이었다. 섬에서 다시 승선하자 마지막 이벤트로 디저트로 과일을 준비해 놓았다. 디저트를 끝내고 오늘의 행사를 끝냈다.
오늘 투어는 대만족이었다. 여행이 마냥 이랬으면 얼마나 좋으랴!
섬으로 가는 물길
여관으로 돌아오니 주인이 고맙게도 샤워를 하게 했다. 사이공 행 버스 시간이 2시간이 넘게 남아 있고 또 덥기도 해서 바닷가로 나갔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낮에 달궈진 지열이 식지 않아 길거리는 열기로 가득 찼다. 그래서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렸는데도 바닷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계속 사람들이 바닷가로 나오고 있었다.
나짱 해변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두어 시간 해변의 벤치에 앉아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수많은 나짱 시민들이 그리고 여행객들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물론 안전 요원들은 배치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모래밭을 걷는 평화로운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으로 버스 시간이 되어 여관으로 돌아왔다.
8시 20분 슬립핑 버스가 왔다. 시내 여관을 찾아 돌면서 손님을 싣느라고 9시가 되어서 나짱을 출발하였다.
나짱의 1박 2일을 그야말로 알차게 보냈다. 다시 오고 싶은 나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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