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동남아 여행.15 - 훼(Hue)

어르신네 2009. 6. 7. 20:57

  훼(Hue)

 

2009년 3월 25일(수) 맑음

눈만 감고 비몽사몽 상태로 버스에서 지난밤을 보냈다. 버스는 덜커덩거리고 튀기도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참으로 힘들었다.

아침 여덟 시 경에 훼(Hue)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여관 호객꾼에게 낚였다. 1박 10$에 픽업까지...... 고생스럽더라도 배낭을 매고 직접 여관을 찾아 다니면 7,8$하는 곳도 찾을 수 있겠지만, 방을 구하기 위해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지 않고, 픽업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방을 정하고 나니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시내  여행사를 찾아가서 왕궁과 황제 능에 대한 투어(8$)와 호이안 행 오픈 버스 티켓(60,000동)을 알아보려고 하였더니 여관에서 여행사도 겸한다고 하여 여관에 있는 여행사에 의뢰하고 말았다.

 

투어는 오늘 점심식사를 포함하여 오늘 오후와 내일 오전까지로 계약하였는데, 왕궁과 황제 묘소 입장료는 개별적으로 내야한다.

 

11시경 여관으로 투어하는 버스를 타고  뷔페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 민망 황제의 묘소로 갔다. 상당히 먼 곳에 있어서 투어에 참가하지 않고는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미망 황제 능

 

민망 황제는 19세기 초기의 황제로서 오랜 기간 재위했던 만큼 무덤도 크고 전체의 규모도 대단하다.

묘소의 초입에 문관과 무관들 그리고 말과 코끼리가 시립한 석상(石像)들이 있고

그 앞 단(壇) 위의 건물 안에는 황제를 기리는 대형 비석을 세웠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건물, 그리고 제사를 지내는 건물이 있다.  

正大光明라고 쓴 문을 지나서 연못 다리를 건너면 황제의 능이 있다.

황제의 능은 작은 궁궐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궁궐처럼 꾸며놓은 건물과 연못과 고목들이 어울려 전체의 경치가 아름답다. 투어를 하니까 시간에 쫓겨 세심하게 살펴보거나, 앉아서 느긋하게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대충 둘러보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다.

 

 

 

  

 

이어 카이 딘 황제(Tom of kai Dinh)의 능을 찾아갔다. 이 능은 192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고전적인 것을 찾아볼 수 없고 현대적인 조상(彫像)들로 매워졌다. 경사진 곳에 대형 탑을 세우고 전체적으로 능이 웅장하게 만들어졌는데 대부분 콩크리트 구조물이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서양사람 몇몇은 이 능은 둘러보지 않고 우리가 능을 둘러보고 내려올 때까지 계단 아래에서 앉아 쉬고 있었다. 여기는 각종 조각품이나 구조물들은 아기자기해 보였지만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주변 경치는 아름답다.

 카이 딘 황제 능

 

다음에는 민예품을 가공하는 곳에 안내되었는데 원래 프로그램에 없던 것을 관광 프로그램에 추가한 것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선전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계발한 특색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뜨득 황제의 능(Tomb of Tu Duk)을 찾았다. 앞에 보았던 능과 비슷할 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는데 나 혼자 남는 게 좀 어색한 것 같아 그냥 묻어 들어갔다. 만약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황제와 신하로 분장하여 어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못 만날 뻔하였다. 나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황제의 옷도 입어 보고 관모도 써 보았다. 그것을  사진을 찍으면서 가가대소하였다.

 

 

 

뜨득 황제 능에서

 

뜨뜩 황제의 능에 들어가기를 잘 했다. 각종 건축물은 민망 황제의 것만 못한 것 같은데 능이 있는 곳과 주변 경관은 제일 좋다. 인공호수를 만들어 정자를 세우고 호수의 모양도 멋을 느끼게 만들어 전체의 분위기가 조화롭게 보였다.

 

오늘 드득황제의 능을 나와서 마지막 투어인 보트 투어를 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보트 투어는 드득 황제의 능에서 가까운 흐엉 강(Song Huong)으로 가서 보트를 타고 시내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흐엉 강은 제법 큰 강으로 수량(數量)도 많다. 비교적 잔잔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갔다.

잔잔한 호수와 같은 강에는 많은 배들이 떠 있으며 배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강 언덕 위로 나타난 이국의 낯선 경치에 넋을 빼앗겼다. 선상 생활하는 사람들, 그물을 걷오올리는 사람들, 대형 운반선의 느린 움직임, 강 가에서 언덕으로 이어진 수초들과 강언덕을 시원하게 덮은 수목들로부터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훼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갈라놓은 흐엉 강

 

시내 선착장에 내리면서 투어가 끝난 것이었다.

선착장 위에 조각 공원이 있었다. 조각공원을 지나 성당이 보여서 들어갔다가 나왔다.

밤에 구시가지에는 볼거리가 있다고 하여 가 보려고 하였지만 강을 건너야 하고 거리도 좀 먼 듯하여 포기하였다.

 

훼에서 좀더 묵으면서 DMZ도 가보고 싶지만 베트남에서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고 또 물가가 비싸서 더 오래 머물러 있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 그래서 내일 호이안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훼라는 곳이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라졌을 때 남쪽에 속해 있기는 했지만 베트공의 잦은 공격을 받았고 , 또 베트공의 수중으로 넘어갔을 때 미군의 폭격으로 많은 시련을 겪은 도시라 한다. 그런데도 문화재가 그런대로 잘 보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국민들의 지적 수준이 얼마나 높았던가를 이번 여행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2009년 3월 26일 (목) 맑음

어저께 이어서 투어가 오늘 오전까지 이어졌다. 오늘은 왕궁과 Thien Mu Pagoda에 다녀왔다.

왕궁은 응웬 왕조(Nguyen Dynaste)의 왕궁으로 1804년에 시작하여 30년 만에 완공된 것으로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과 같은 양식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매표소 앞에 거대한 베트남 국기 탑이 보였는데 그것은 왕궁의 상징적 건물의 일부였던 것을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베트남을 상징하는 깃발 탑으로 바뀐 것이다.

베트남 깃발 탑

 

매표소가 있는 응오문을 들어서면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못 중간을 가로지른 돌다리가 태화전(太和殿 : Dien Thai Hoa)으로 이어지며 멀리 좌우에는 부속 건물들이 북쪽으로 쭉 늘어서 있다.

 

왕궁의 정문인 응오문

 

응모문에서 바라본 태화전

 

태화전 내부

그 뒤쪽으로도 건물이 있긴 한데 지금은 퇴락하여 건물이 있던 흔적만 보이는 곳이 많다. 이지역이 베트남의 통일 전쟁의 한 복판에 있었기 때문에 전화(戰禍)를 많이 입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큰 전쟁 속에서도 이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왕궁을 바삐 돌아나오면서 내성의 성벽들이 허물어지거나 심히 파손된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그것들은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였다.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이 단체로 관광을 하는데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여 그들을 디카에 담으려고 하니까 학생들이 선선히 응해 주어서 디카에 담아보았다.

 

 

여학생들과 함께

 

왕궁에서 나와 다음 행선지로 가려고 하는데 일본 여인들이 오지 않아 오랫동안 기다렸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출발하였다.  

훼의 각여행사들이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Phu Mong Garden House Village는 관리인과 가이드 사이의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들어갔다가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나왔다. Village에서 좋지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여행객들이 모두 철수하여 나오자 가이드와 관리인이 큰소리로 다투는 소리가 뒤로 들렸다. 뭐가 잘못되었을가?

Village에 들렀다가 나오니까 그때야 일본여인들이 택시를 타고 뒤좇아 왔다. 그들이 당황하고 미안해 하는 모습이란----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강변로를 따라 티엔 무 사원으로 갔다. 티엔 무 사원은 중국 항주의 텐 강변에 있는 탑돌이 사원과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 사원이 강 언덕에 위치하여 넓은 대지의 중앙에 본당불전이 있고 강 언덕 바로 입구에 7층 석탑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디엔 무 사원의 7층 석탑

 

티엔 무 사원은 주변 경관이 좋다. 이 절의 8층 석탑은 응웬 왕조의 티에우지 황제가 세운 것이라 한다.

 

부속건물의 초입에 낡은 자동차 한 대가 보였는데 그것은 남부 베트남의 대통령으로 독재자였던 Ngo Dinh Diem에 항의하는 뜻으로 분신 자살한 팃 광둑(Thich Quang Duk) 스님이 이곳에서 사이공으로 가는데 이용했던 것이라 한다. Dinh Diem 정부 내지 남부 베트남이 무너지게 된 단초가 다른 여러 가지 사안이 있었지만 이 스님의 분신자살이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독재자에 항의하여 분신자살한 팃 광득 스님이 사이공에 타고 갔었다는 자동차

 

티엔 무 사원은 앞으로 허엉 강이 흐르는 언덕에 자리잡아서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사원이 부지를 넉넉하게 차지하였고 숲으로 둘러싸여 전체적 아늑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흐엉 강과 강너머로 펼처진 정경이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흐엉 강을 배경으로

 

투어가 끝나고 여관로비에서 쉬다가 1시 30분에 호이안 행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눈을 감자마자 잠들어 2시간 정도를 잔 것 같다. 버스가 쉬는 곳에서 시원한 것을 먹으려고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35,000동이었다. 그런데 현지인들에게는 훨씬 싸게 팔면서 나에게는 바가지를 씌웠다.

 

여행책자에 훼에서 호이안 가는 길목에 있는 하이번 언덕을 넘을 때 그 주변 경치가 볼 만하다고 했는데 산을 오르자마자 터널로 들어간 버스가 30여분 후에 빠져나왔다. 하이번 고개로 올라가는 길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터널을 나오자 좌측 멀리에 다낭이 보였다. 다낭은 내항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해안 외곽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이는 바다 경치가 아름답다.

다낭은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서 파병한 군인들의 주둔지였으며 격전장으로 폐허나 다름없는 곳으로 알았는데, 지금은 발전하는 활기찬 도시로 보였다.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본 다낭 시가지의 모습

  

항만에 대형선박들이 정박했고 시내 도로변에는 대형 건물들이 줄을 잇고, 시가지를 깨끗하게 정비하였고, 해안을 풍치지구로 아름답게 조성해 놓았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달리던 버스가 6시경에 호이안에 도착하였다. 버스가 우리를 내려 준 정거장 바로 앞에 호텔이 있었다. 훼의 호텔 직원이 추천해준 바로 그 호텔(10$)이었다.

 

훼의 길거리 나무 그늘 아래에서 카드 놀이하는 할머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