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8일(일)새벽에는 눈. 종일 흐림
새벽에 눈이 내리더니 바깥공기가 너무 추워졌다. 오늘 나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Bucurest로 가고 안 양 프라하고 돌아가는 날이다. 우리는 모두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기차역의 지리를 확인할 겸 예약이 가능하면 예약을 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기차역을 찾아 갔다.
그런데 2등 칸을 예매하는데 좌석권 요금을 더 내야 한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왜냐하면 나나 안 양이 타고 갈 기차의 2등석은 손님이 적어서 빈자리가 남아도는데 구태여 좌석권을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기차 출발 시간 한 시간 전후에 기차표를 사면 좌석권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어저께 지나쳤던 세르비아 정부 청사 옆에 있는 아담한 성당이 성모승천기념 교회라고 하여 그것이 정교교회인지 로마 가톨릭인지 궁금하여 다시 찾아가 보았다. 가서 확인한 결과 정교였다. 어저께 보았던 총주교좌 정교회와 별반 다르지 않는 규모였고 내부 장식도 화려하였다.
교회를 나와서 1999년 나토군의 공격을 받았던 정부의 주요건물의 파손현장을 다시 둘러보고 대통령 궁과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 호스텔로 돌아와서 쉬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대한 정보를 가진 게 별로 없어서 부쿠레슈티로 가는 것이 좀 불안하였다. 4시30분에 부쿠레슈티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하여 역사로 나갔다.
안양은 10시에 프라하로 출발하는 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호스텔에서 쉬다가 가라고 하였으나 남은 시간을 보내기가 지루하다면서 역까지 따라와서 나를 배웅해주었다.
안 양을 체코 프라하에서 만났을 때는 몰랐는데 베오그라드에서 같이 지내면서 보니 인사성도 바르고 성격도 무던했다. 그리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식사비를 줄이는 방법을 제안하고 볼거리도 미리 준비하여 꼼꼼하게 챙기는 치밀함을 가진 아주 성실한 학생이었다.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자칫 큰 실수가 될 수가 있다. 사람을 보는 눈은 신중해야 하고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열차에 오르니 승객들이 여기저기 하나씩 앉아서 열차 안이 텅 빈 것 같았다. 게다가 스팀이 들어오지 않아서 몹시 추웠다. 차장에게 왜 스팀이 들어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저네 말로 시끄럽게 떠들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스팀이 들어오지 않는 열차를 밤새도록 타고 간다면 큰일이다 싶어 옆 칸은 어떤가 하고 가보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옹동그리고 앉았다. 차창 틈으로 차가운 바람까지 들어왔다.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스팀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대로 밤을 보낸다면 틀림없이 병이 날 것 같았다. 기차는 냉동 열차를 끌고 베오그라드를 떠나면서부터 눈이 내려 꽁꽁 얼어붙은 하얀 대지를 달리고 있었다.
세르비아 국경지대에서 사복 경찰관들이 나타나 신분증(여권) 조사를 하였다. ‘여권을 보여라’,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냐?’하고 묻기에 ‘당신 신분은 뭐냐?’하고 물었더니 신분증과 권총까지 보이면서 경관이라 하고는 여권만 보고는 그냥 지나갔다. 좀 수상쩍은 생각이 들어서 그의 행동을 유의해 보았다. 칸칸이 들어가서 사람들의 짐과 신분증을 조사하는 것으로 보아 경찰관 같기도 하였으나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들의 동태를 주시했다.
밤 8시. 이번에는 세르비아 국경지역인지 루마니아 국경지역인지 어떤 역에 기차가 서더니 오래도록 정차하였다. 차장이 와서 짐을 가지고 앞쪽 열차로 옮겨가라고 하였다. 스팀이 들어오는 다른 객차를 바꿔 단 것 같았다. 옮겨온 객실은 스팀이 들어오고 훈훈했다. 패스포드 조사가 끝나고 조사관들이 차에서 다 내린 다음에 출발하였다.
국경 역에서 차가 출발하자 또 경찰들이 나타나 수차례 검문이 있었다. 수차례 검문이 있은 다음 입국날인을 해 주었다.
9시 10분경에 어떤 역에 정차하였다. 바깥을 내다보니 꾀 큰 도시 같았다. 차가 정차하자 많은 사람들이 차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거지들도 함께 올라와서 돈을 달라고 졸라댔다. 외국인인 나를 보더니 “원 달라!”를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그 상황이 그들에게 돈을 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경계의 끈을 바짝 다잡고 앉았었다.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음 정거장에서도 거지들이 올라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거지들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옆자리의 사람들도 12시가 가까워지니까 모두 소등을 하고 깊이 잠에 빠져들었다.
동유럽 지역에서 혼자 여행을 할 때에는 가능한 한 밤 기차 이용을 피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부득이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로 가는 밤차를 이용해야 할 경우에는 1등 칸을 이용하는 것이 좀더 안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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