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23. 하이데라바드에서 꼴까따로

어르신네 2016. 2. 14. 21:19

23. 하이데라바드에서 꼴까따로

 

 

 2005년 2월 13일 (일) 맑음 <일생에 가장 긴 기차여행을 해본 날입니다. 어저께 오후 6시 10분부터 오늘 저녁 10시 30분까지 무려 28시간 30분을 기차에서 지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기차에서 내릴 때까지 본 풍경을 중심으로 시간대 별로 간략하게 기술해보겠습니다. >

 

달리는 열차에서 얼마나 잤는지 눈을 뜨니 소등(消燈)한 열차 안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열차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열차 안의 곳곳에서 코고는 소리만 귓속을 파고든다.

자리에 누워 눈만 감고 있었다. 다섯 시가 조금 지나자 열차내의 여기저기에서 불을 켜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 사람도 있었다. 짜이와 커피 판매원이 지나다니면서부터 열차 안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나의 bed 위층 사람들은 아침잠이 많은지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맞은 편 2층 bed에서 잠을 자던 젊은이가 1층 bed에서 잠을 잔 아내가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접고 자리를 정돈해 놓자 자기가 잤던 bed를 접고 1층 seat로 내려 와 앉았다.

내 위 2층 bed에서 자던 젊은이도 앞좌석 사람들의 눈이 자기에게로 쏠리는 것을 의식했는지 날이 훤히 밝아지자 침대를 접고 내가 정돈해 놓은 1층 seat로 내려와 앉았다.

아직 잠에서 덜 깨었는지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열차는 어제 저녁 6시10분에 씨끈드라바드 역에서 출발하여 밤새도록 달려오면서 정차했던 역이 몇 군데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침에 우리가 앉아 있는 좌석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니까 모두가 씨끈드라바드 역에서 함께 탔던 사람들로 밤새 바뀐 얼굴이 하나도 없었다.  


08시 경 기차가 위사까뻐뜨넘(Visakhapatnam)에 접근하자 자리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위사까뻐뜨넘은 하이데라바드에서 동남쪽으로 돌아가는 기차길로 660km의 거리에 있는 곳이다. 지도를 보니 위도상으로 하이데라바드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

우리가 탔던 기차는 하이데라바드에서 남동쪽으로 난 기차길을 따라 Cuntur까지 내려와서 쩬나이와 꼴까따를 잇는 철도를 만나서 방향을 북동쪽으로 꺾어서 꼴까따를 향하여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역이다.

위사까뻐뜨넘 역에서 차의 진행 방향이 바뀌었다. 그 때까지 기차의 진행방향은 내가 앉은 의자가 앞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위사까뻐뜨넘 역에서부터는 진행 방향이 등 뒤가 되었다.

그런데 기차가 출발하여 역을 막 떠나서 조금 가다가 목도한 광경은 보기에 민망했다. 기차의 진행 방향 좌측 철로 바로 밑으로 조그만 하천이 있다. 이른 아침 많은 사람들이 하천 가장자리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들은 개천을 중간에 두고 가장자리 양쪽에서 서로 적당한 사이를 두고 엉덩이를 까 내리고 쪼그려 앉아서 용변을 보는 것이었다. 기차가 막 역을 빠져나왔기 때문에 속도가 붙지 않은 때라서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그것은 그들의 일상의 한 부분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진기하게 보인 광경이었다.


차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였다. 아침햇살이 비춰주는 농촌의 정경들이 아련히 어린시절의 고향을 떠올린다. 산을 휘돌아가는 길은 내가 재 넘어 다니던 학교 가는 길 같았고,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소를 몰고 풀을 뜯어 먹이러 가던 그 길 같았다. 좌우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큼지막한 산들이 저만큼 비켜나 있고, 추수가 끝난 들녘에 소떼와 염소떼가 나타나기도 하고, 들판 길 한 가운데서는 농부가 한가하게 달구지를 몰고 있었다. 그리고 멋있는 모습으로 운치를 자아내는 야자수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치는 정겹고 평화로웠다.


위지아너가럼(Vizianagaram)의 역플랫홈에 세워놓은 표지판

09;05에 위지아너가럼(Vizianagaram)이라는 곳에 도착하였다. 어린 아이거지가 열차 바닥을 기어서 지나가면서 구걸하기에 1루피를 주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자리로 돌아오는데 이놈이 여태껏 차 통로를 기어오다가 차 연결부에 오더니 벌떡 일어나서 멀쩡하게 걸어가는 게 아닌가 .........


10:10경 Srikakulam에 도착하자 옆자리의 두 젊은이가 하차하였다. 그들은 지성미가 보였다. 과묵해 보였고 옆 사람들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하였으며 주로 책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일주일간 휴가를 얻어 꼴까따에 있는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다른 한 젊은이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은 채 내내 음악을 듣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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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저쪽에 있는 상하 두 좌석의 사람들은 우리 뒤 칸에 앉은 세 사람과 같은 일행인데 뒤 칸 사람들이 우리가 앉은 칸에 두 자리가 빈 것을 보고 옮겨와서 앉았다.

그들은 목소리가 크고 좀 분주하고 좀 소란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꾸밈없는 행동에서 인도 서민들의 진솔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씨끈드라바드에서부터 꼴까따까지 같이 동승했던 사람들>

 

우리가 지나가는 곳의 풍경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동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동안 변하지 않는 형태는 서고동저(西高東低)현상은 한결 같았다. 기차의 진행 방향의 서쪽 멀리 긴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동남쪽으로는 해면이 가까워서인지 산은 별로 보이지 않고 주로 지평을 이루었다.

건기(乾期)라서 대부분의 농토가 메마른 빈 들판이었는데 강이 가깝거나 지하수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모심기가 한창인 곳도 보였다. 여인들이 밭에서 작물에 손질하는 모습, 모를 심은 논에 물을 퍼 올리는 모습(60, 70년대의 우리 농촌에서 물수레로 논에 물을 퍼 올리던 모습과 똑 같았다.), 모를 심은 논을 돌아보는 농부의 모습 등등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중학교 때까지 농사일을 도왔던 나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풍경들이었다.  

팔등에 와 닿는 창가의 햇볕이 따가웠다. 후끈한 지열이 열차의 차창을 타고 넘어왔다. 하이데라바드는 고원지대라서인지 햇볕은 강열했지만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였다.

그런데 이곳은 바다가 가깝고 저평(低平)지대라서 그런지 후덥지근하였다.

 

11시 40분경에 열차안에서 갑자기 악기소리와 함께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건장한 여자들이 나타나서 악기를 연주도 하고 춤추면서 노래를 하더니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우리 칸으로 왔을 때 나는 그들을 외면하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한 여인이 나의 머리를 만지면서 유창한 영어로 무엇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아마 돈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주 언짢은 표정을 보이면서 나도 모르게 “노타치!”라고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그랬더니 그 여인들도 놀랬는지 주춤하더니 곱지 않은 표정으로 무러라고 주절대면서 물러나 가버렸고,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놀란 표정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12시 40분경 Human이라는 간이역을 통과하는데 생선비린내가 차창을 통하여 코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좌우로는 높지 않은 산들이 지나가고 있다. 그사이에 있는 들녘도 넓어 시원하다. 조금 더 가니 전방 좌측에 바다로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옆의 젊은이가 바다가 아니라 Chilika Lake이라 하였다. Human역을 지날 때 풍기던 생선비린내의 원인이 Chilika Lake과 연결이 되었다.

 

호수의 물이 명경처럼 맑다. 호수 가장자리에 고기잡이 어망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그리고 어부들의 그물망 손질이 한창이었다. 호수가에 앉아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은 호수를 닮아 티없이 맑은 심성을 가졌을 것 같다. 저 맑은 물처럼 티 없이 착한 심성을 가졌을 어부들이 일손을 놓고 달리는 열차속의 우리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들이 보낸 손인사가 내 가슴에 따스하게 와 닿은 것 같았다.

훈훈한 어부의 손 인사를 뒤로하고 달리는 열차는 우측의 에메랄드 빛 호수와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고 푸른 드넓은 호수의 가장자리를 맴돌면서.......... 호수가 넓은 수목지대와 맞닿은 곳에 별장 같은 것이 많이 보였다.

바다처럼 보이던 호수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열차는 계속 달렸다.

14:55에 부바네스와르(Bhubaneshwar)에 도착하였다. 원래 계획은 부바네스와르에서 내려 뿌리(Puli)로 갈 예정이었는데 지난해 말 쓰나미로 인하여 전염병이 돌고 있을지 모르니 가지 말라고 하는 충고를 받아 들였던 것이다. 부바네스와르를 지나가면서 '뿌리'의 여행을 취소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부바네스와르 역? 플랫트홈>

 

부바네스와르 역 도착예정시간은 12시20분인데2시간 35분이나 연착한 것이다. 그렇다면 꼴까따에 도착하는 시간도 2시간 35분이 연착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밤11시 가까이 되어야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많이 불안하였다. 꼴까따의 하우라 역에 내려서 오토릭샤를 타고 수더 스트리트(Sudder st)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하우라 역구내에 있다는 야뜨리 니와스(Yatri Niwas)에 가서 자도록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우라 역에 내려서의 계획을 그렇게 확정하고 나니 걱정이 조금 덜어졌다.

 

15시20분경 Cuttack라는 역에 열차가 도착하였다. 거기서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만 듣고 오던 젊은이의 여자친구가 탔다. Cuttack는 꾀 큰 도시인 것 같다. Cuttack 역으로 들어서기 전에 강물은 많이 흐르지 않는데 넓은 백사장으로 이루어진 강바닥 위를 가로지른 철교를 건넜다. 이 도시를 지나서도 1시간 전후하여 그와 같은 강에 놓인 긴 철교를 세 개나 건넜다.

 

17:15에 Bhadrakh 역에 도착하였다. 젊은이의 여자친구가 내렸다.  Bhadrakh는 북위 21도 동경87도 선상에 있는 도시인데 인도의 동쪽 뱅골만에 가까이 있다. 1월 25일 뭄바이에서는 18시30분이 되어서야 해가 서쪽 바다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17시 30분인데 벌써 지평선 너머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저녁놀이 온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뭄바이와 ‘바드라크’는 시차가 1시간이란 계산이 나온다. 인도라는 나라의 땅덩어리가 참으로 넓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만 듣던 젊은이가 Bhadrakh에서 여자친구가 내리고부터는 나에게 말을 많이 걸어왔다. ‘조금 전에 내린 여자가 참 예쁘다. 애인이냐’하고 물었더니 애인이 아니고 친구라고 하였다. 지갑에 꽂아놓은 사진을 보이면서 사진의 주인공이 자기의 애인이라고 하였다. ‘애인이 친구보다 더 예쁘다.’고 하였더니 싱글벙글하면서 우쭐하는 것 같았다. 우리부부가 인도에 여행하는 것이 부럽게 보인다면서 자기도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가 세계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하였다.

 

18시경에 Balasore 역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대지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여기에서 그 젊은이가 큰 짐을 세 개를 가지고 내렸다. 그는 내리면서 우리에게 "happy tour"라고 인사를 하였다. 하이데라바드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그의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들어서 플랫홈에 내려다 주었다. 인도 젊은이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했다.

<저녁식사 시간에 인도인들이 많이 사먹었음>

 

20:05에 Kharagpur에 도착하였다. 지금까지 온 거리로 보아 앞으로도 약 2시간 30분은 더 가야 하우라 역에 도착할 것 같았다. 2시20분 Mechada 역를 통과하여 큰 강을 건넜다. 내가 지도를 보면서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불안하게 보였는지 옆의 젊은이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그러고도 한 시간이 지나서 22:35이 되어서야 howrah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정시 도착 예정시간은 20;25인데 꼭 두 시간 조금 더 연착을 한 것이다. 씨끈드라바드에서부터 동승했던 옆의 다섯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열차를 내렸다.

 

역사로 나오니 자기 택시를 타라고 달라붙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이가 야뜨리 니와스를 안내해 주어 쉽게 여관을 찾아 들었다. 프런트에서 우리가 방금 내린 열차표를 확인하고 방을 내주었다. 그런데 역의 광장 쪽으로 난 방인데 방의 창문에 유리가 깨어진 것인지 아니면 아예 유리창을 해 넣지 않은 것인지 역광장에서 자동차소리, 사람들 떠드는 소리 등 온갖 소음이 모두 쏟아져 들어왔다. 그 소음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녘에야 잠간 눈을 붙였던 것 같았다. 그래도 사지를 뻗치고 등을 붙일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확보되었다는 것에 안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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